中 진출 기업들 영업악화에 현지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中 시장서 앞날 깜깜한 은행들

사드 여파에 한국기업들 고전
대출 한도도 규제…영업 차질
현지 공략 나선 은행 실적 비상
中시장=캐시카우 기대 접을 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의 후폭풍이 롯데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등 중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 대표 기업들로 확대되면서 중국 진출 국내 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중국 시장에서 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등 고전을 겪으면서도 글로벌 진출 1호 시장인 중국에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 실적과 직결되는 한국 기업들의 부진 심화에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남발까지 겹치면서 중국이 국내 은행의 미래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금융권에서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실적은 32만4,4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 줄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 현지 영업과 연계된 국내 은행들의 기업 금융 실적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완성차 업체를 따라 중국에 함께 나간 하청 업체들이다.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은 “현지 판매 감소로 현대·기아차가 30일짜리 어음을 60일로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 등이 속출하면서 유동성 마련에 불이 떨어진 하청 업체들의 어음할인 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며 “어음할인을 하러 은행을 찾는 것은 그만큼 하청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신호인데 한국 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진출 은행의 영업행태를 고려할 때 현지 기업의 실적 부진은 결국 은행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분기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올 들어 1·4분기에 흑자전환에 간신히 성공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중국법인인 국민뱅크차이나의 경우 예년을 밑도는 낮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중국 진출 은행의 실적을 보면 글로벌 효자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신한은행은 2014년 169억원, 2015년 120억원, 2016년 81억원으로 감소했고 국민은행도 2014년 79억원, 2015년에는 85억원 적자, 지난해는 53억원 흑자를 보이는 등 널뛰기 실적을 내고 있다. 은행이 동남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때 7~8%의 성장률을 보이며 우리나라 ‘1호 해외 진출지’로 통할 정도로 각광을 받던 중국 시장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천덕꾸러기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데는 중국의 성장률 하향을 비롯해 롯데, 신세계,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 중국 진출 기업들의 부진에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까지 덮친 탓이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의 영향으로 롯데에 이어 신세계가 중국 진출 20년 만에 이마트 철수를 선언하는 등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신통치 않은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까지 현지 우리나라 은행들을 옥죄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통화량 증가를 막기 위해 은행의 대출한도를 일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대출한도를 당국이 틀어쥐다 보니 확장정책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매월 창구 지도 식으로 대출한도를 규제하고 있어 거액의 여신 요청이 들어와도 한도가 이미 찼다면 여신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창구 지도 식으로 매월 나와 계속 점검하고 있어 확장적 영업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당국은 올 2월부터 감사를 나오면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 같으면 행정지도 등을 통해 구두로 시정할 사항도 현재는 모두 과태료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의 중국 사업은 주춤하는 데 반해 동남아에서의 투자와 성장은 날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은행들도 당장 중국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중심을 동남아 시장으로 옮기며 중국 시장의 상징성 대신 동남아 시장에서 실리를 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신설한 해외 점포 9개 중 6개가 동남아였다. 자산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은행 해외 점포의 자산 성장률 1위는 베트남으로 27.6%를 기록했고 그다음이 인도네시아(20.3%)였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장 중국 시장 사업을 축소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중국이 담당했던 글로벌 전초기지로서의 기능을 동남아로 이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투자가 동남아 쪽에 쏠리는 것도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조권형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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