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박만 겨우 뛰는 현대重 해양사업본부

30개월째 플랜트 신규수주 끊겨
내달부터 1개 프로젝트만 진행
내년초 소요인원 669명으로 뚝
인력 1만명 이상 일손 놓아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H도크 전경.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으로 비어 있는 도크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해상구조물을 만드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가 30개월째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다음달부터 하나의 공사만 진행하게 된다. 과거 호황기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최대 20기에 육박한 것과 비교해보면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4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시추선 등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해양사업본부가 현재 야드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총 3개이지만 오는 7월 2개가 인도되면 나스르(NASR) 프로젝트 하나만 남게 된다.

나스르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아드마옵코(ADMA-OPCO)로부터 나스르 해상 유전지대에 설치할 고정식 해상플랫폼 등을 수주한 것으로 공사는 오는 2019년까지 계획돼 있다. 해양플랜트는 수주하면 설계에 반년 이상이 걸리며 전체 공사는 짧게는 2년부터 통상 3~4년이 걸린다. 새로운 수주가 있더라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원가 구조로는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양사업본부에서만 1만여명의 유휴인력이 생길 전망이다. 협력사를 포함한 생산기술직 소요 인원은 2016년 1만1,067명에서 올해 2·4분기 6,135명으로 줄어드는데 이어 2018년 상반기에는 669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수주가 없으면 전체 인력이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다. 현재 발주처가 없는 상황이어서 발주처 감독관 사무실 용도로 2014년 건립된 7층 건물은 전체가 텅 비어있다. 같은 용도의 별관 건물도 이달 중 문을 닫을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크게 조선사업본부와 해양플랜트사업본부, 엔진기계사업본부 등 3개 사업본부로 구성돼 있다. 수주 절벽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엔진기계사업본부는 직영직 2,000여명 가운데 이미 유휴인력이 1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엔진기계사업본부는 지난주부터 30여명씩 한 달가량 돌아가며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회사는 해양사업본부에서도 당장 연·월차 사용과 휴직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먼저 해양시운전부는 급한 대로 유휴인력에 대한 교육을 지난주부터 시작했다.

회사는 고용을 유지하면서 일감 부족 시기를 넘기기 위해 올 한 해 기본급 20% 반납을 노조에 제안했지만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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