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 우승] 베푸는 것이 더 좋다던 기부천사…우승컵은 꽉 잡았다

LPGA 숍라이트 클래식 정상 등극
부상 치료로 올 대회 절반만 출전
러프·벙커 위기 딛고 시즌 첫우승
통산 5승째…랭킹 30위서 22위로
태극낭자 올 13개 대회서 7승 합작

김인경이 5일(한국시간) 미국 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우승 이후 부상을 입어 올 시즌 13개 대회 중 여섯 번째 출전 만에 정상에 오른 김인경은 “이번 우승으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갤러웨이=AFP연합뉴스


김인경(29·한화)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2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부상 소식을 알렸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지난해 말에 계단에서 구르는 바람에 꼬리뼈 부위를 다쳐 치료와 재활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가 이번 시즌 13개 대회를 소화한 가운데 김인경은 여섯 차례만 출전하면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2년 30㎝ 퍼트를 놓쳐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날린 불운을 떨치고 지난해 정상 복귀에 성공했던 그는 이번에는 부상을 딛고 또 한번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김인경이 LPGA 투어 통산 승수를 5승으로 늘렸다. 김인경은 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톡턴시뷰 골프장(파71·6,155야드)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 3라운드에서 강한 바람이 부는 속에서도 2타를 줄이는 안정된 경기를 펼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그는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9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레인우드 클래식 제패 이후 8개월 만에 수확한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이날 승부에서도 ‘오뚝이 같은 또순이’ 김인경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폴라 크리머(미국)와 함께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김인경은 크리머가 바람의 영향으로 초반 흔들린 사이 견고한 플레이로 4번(파4)과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에 나섰다. 중반 경쟁자는 이 대회에서 2015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우승한 노르드크비스트였다. 14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골라낸 노르드크비스트는 김인경을 1타 차까지 추격하며 3년 연속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인경은 13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뽑아냈다. 티샷한 볼이 풀이 긴 왼쪽 러프에 떨어졌으나 깨끗한 임팩트로 두 번째 샷을 홀 2m 남짓한 지점에 붙였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이어진 14번홀(파4)에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지만 노르드크비스트 역시 15번홀(파3)에서 1타를 잃으면서 2타 차가 유지됐다. 티샷이 왼쪽 벙커에 빠진 18번홀(파5) 마지막 고비에서도 3타 만에 볼을 그린에 올리고 차분하게 2퍼트 파로 우승을 완성한 뒤 신지은(25·한화) 등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신지은과 올해 늦깎이로 미국 무대에 데뷔한 이정은(29·교촌F&B), 재미교포 미셸 위(28) 등이 7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대형 신인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이날 6타를 줄이며 분전을 펼쳤지만 공동 12위(5언더파)까지 순위를 대폭 끌어 올린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다시 첫 우승을 기약해야 했다.

김인경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 13개 대회에서 7승을 합작하는 강세를 이어갔다. 김인경은 세계랭킹이 30위에서 22위로 오르게 됐다. 세계 3위 유소연(27)이 전날 컷오프되면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20)를 밀어내고 태국 남녀골프를 통틀어 처음으로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쭈타누깐과 리디아 고는 나란히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