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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은 규모와 사업의 편성 내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타이밍이 생명이다. 여야 이견으로 국회 통과 시간이 지체될수록 집행에 영향을 미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일 국회 통과가 9월까지 늦어진다면 내년 예산안 제출 시기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 여당은 야당 설득에 총력전을 펼쳐 6월 임시국회 이내 통과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추경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추경의 요건 충족 여부다. 정부가 내세운 추경 요건은 ‘대량 실업’이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실업률이 굉장히 높고 청년 실업자는 사실상 120만명에 육박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편성 배경을 밝혔다. 추경의 편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89조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대량 실업을 꼽았다. 일자리 추경 편성을 위해 최근 몇 년째 고공행진 중인 청년실업을 끌어왔지만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1.1%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추경의 단골 편성 요건인 경기 침체를 꼽기 어려웠던 탓이다.
이에 야당은 추경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전에 법적 요건을 문제 삼았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각종 경기지표들이 살아나고 있는 만큼 이번 추경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9월 정기국회가 되면 본예산이 올라오게 될 텐데 추경을 당장 서둘러야 할 만큼 불요불급한 것인지 시급성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일회성 추경으로 공공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야권은 공무원 증원이 중장기적인 재정부담 가중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방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30년 동안 부담을 후세에 전가하는 경직성 예산을 본예산이 아닌 추경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국채 상환에 써야 할 초과 세수(계획 대비 더 걷힌 세수)로 추경을 편성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계잉여금 잔액 1조1,000억원, 올해 국세 예상 증가분 8조8,000억원, 기금 여유재원 1조3,000억원으로 추경 재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초과 세수와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추가 국채를 더 찍지 않아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세계잉여금이나 초과 세수나 모두 국민의 혈세다. 보통 초과 세수는 기존 국채 상환 등에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은 옳지만 빚을 더 갚을 수 있는 돈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결국 미래세대의 돈을 미리 가불해 쓴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추경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조삼모사를 끌어왔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추경의 국회 통과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관심이다. 역대 추경 가운데 국회 제출부터 통과까지 가장 오래 걸린 추경은 김대중 정부 당시 편성된 2000년 추경이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안정지원과 의약 분업 등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2조4,000억원을 편성해 6월29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최종 통과는 1,000억원이 깎인 채 10월13일에야 이뤄졌다. 국회 제출부터 통과까지 무려 107일이 걸린 셈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6일 국회에 추경안이 제출되면 6월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27일까지 통과시켜 7월부터 집행을 신속하게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일자리만 있고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선심성 지역 예산, 적자 국채발행이 없는 1유(有)3무(無) 추경”이라며 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그는 “야당과 적극 협의하겠다”며 “정부 당국에도 야당에 적극적으로 성실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고 당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정곤·나윤석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