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극장에서 수년째 하우스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이영미(38·가명)씨는 지금도 지난해 애완견을 데리고 공연장에 들어가겠다며 실랑이를 벌이던 관객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못한다. 당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리는 공연장에 한 중년 여성 관객이 애완견 가방을 들고 나타났고 이씨는 해당 관객에게 “애완견은 입장이 안 된다”고 제지했다가 심한 인격모독을 당했다. 이씨는 “당시 관객은 반말은 물론 막말까지 했지만 다른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다는 생각에 참고 끝까지 관객을 설득했다”며 “가장 심한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연장 스태프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관객들도 예상외로 많다”고 토로했다.
스태프와 관객 간에 가장 자주 발생하는 분쟁은 지각 입장에서 비롯된다. 라이브로 진행하는 무대 공연의 특성상 지각 입장은 다른 관람객은 물론 배우나 연주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탓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아예 입장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지각을 하고도 막무가내로 들여보내 달라거나 입장이 지연된 시간만큼 돈으로 보상해달라며 떼쓰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공연 시간에 늦은 중년 남성 관객이 중간 입장 시간까지 기다리기를 거부하며 안내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가 경찰이 출동한 사례도 있다.
동반한 자녀의 나이를 속이면서까지 입장하려다가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뮤지컬·클래식·발레 공연 등 대부분 공연의 입장 가능 연령대가 취학아동 혹은 만 7세 이상이다 보니 이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관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조내경 예술의전당 하우스매니저는 “공연의 경우 연령 제한이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기획·제작사나 공연장들은 다른 관객들의 원활한 공연 관람을 위해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 취학아동 이상으로 연령대를 제한하고 있다”며 “예매할 때 입장 가능 연령을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걸리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예매하고 보는 관객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관크’ 피해 관객이 문제 제기를 하면 스태프들이 대신 나서 관크 유발 관객에게 주의를 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이 스태프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불만사항을 전달하다가 불똥이 튀는 경우가 잦은 탓이다. 지난해까지 한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파트타임 스태프로 일했던 김소정(26·가명)씨는 “규정대로 관객들에게 주의를 주거나 안내했는데도 욕설이나 폭언하는 관객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성희롱 발언으로 상처받고 그만두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관객끼리 에티켓도 중요하지만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즐거운 관람을 위해 노력하는 공연장 직원들에게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