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이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강남의 일부 자산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집값 상승의 호재가 될 것이라며 규제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정부 규제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는 시장에 영향을 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강남 지역에 대한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년 시행이 확실시되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될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서초동 B공인중개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나오면 집을 팔려는 매물이 많아질 것이고 미분양 사태가 나면서 새 아파트 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강남 지역 아파트들은 공급절벽이 오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심리에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5년(2003년 2월~2008년 2월) 내내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렀음에도 서울 아파트 값이 56.6%나 폭등한 ‘학습효과’도 작용한다. 당시 12차례에 걸쳐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은 잠시 주춤하는 듯 하더니 다시 뛰어올랐다. 서초동 C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동네 사람들은 노무현 정권 때 강남 사람들이 최고 많이 벌었다면서 같은 성향의 정권이 출범했으니 다시 한번 돈 벌 때가 왔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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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나 싱가포르·도쿄 등 해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낮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주요 도시들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따져봤을 때 서울은 6.44로 홍콩(35.41), 싱가포르(21.36), 도쿄(20.36), 타이베이(15.87) 등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의 PIR가 타이베이 수준도 안 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서울의 적정 PIR는 9배가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가구당 소득수준 기준으로 집값이 30%가량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수요의 핵심인 서울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라면서 “강남의 용적률을 늘려주거나 강북 재개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들다고 본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요 도시 최고가 아파트 평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런던과 맨해튼·홍콩은 대략 10배 내외이고 장기 침체를 겪은 도쿄조차 5.9배에 이른다”면서 “반면 서울은 3.69배로 비교 대상 중 월등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서울의 최고가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있어 보이며, 특히 강남이나 한강변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노희영·이재유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