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오른쪽 두번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주택시장 동향’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최근 집값과 가계대출 추이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관련 규제 내용 등이 상세히 보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가계부채 보고를 받으며 “8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날도 직접 ‘상세 보고’를 받은 것은 그만큼 부동산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는 집값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집값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마련 방안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섣부른 대책 마련 및 발표가 오히려 시장의 이상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DTI와 LTV 규제를 원래 수준으로 강화하는 단편적 조치 이상의 종합적인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2019년 시행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기존의 정책수단들을 조정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LTV·DTI 조정은 아직 검토하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TV·DTI 규제 강화 때 서민과 저신용자들이 우선적으로 신용경색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대출 풍선효과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들도 감안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대출 풍선효과란 은행을 비롯한 1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면 제2금융권이나 불법 사채시장 등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 가계의 고금리부채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뜻한다.
정부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대세로 자리 잡은 추세인지, (일부 재건축 지역에만 국한된) 국지적인 것인지 우선 봐야 한다”며 LTV·DTI 등을 통한 전면적인 규제 여부에 대해 신중론을 폈다. 그는 “올해 4·4분기나 내년 1·4분기부터는 주택 신규 입주물량이 왕창 쏟아질 텐데 이렇게 되면 부동산시장이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그때 가서 다시 (LTV·DTI 등의) 규제를 풀면 국민들은 정부가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느냐는 평가를 할 수 있어 그런 점들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당장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 정부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날 국회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서에서 “최근 몇 년간 가계부채 급증은 LTV·DTI 규제 완화 외에도 저금리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며 “LTV와 DTI를 예전 수준으로 강화할지는 경제적 파급 영향, 가계부채 증가 추이 등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LTV와 DTI 관련 조치를 단행하더라도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서울의 일부 재건축아파트 밀집지역 등에서만 선별적·점진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병권·서민준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