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족쇄' 푸는 게 맞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 3개월도 못돼 연간 수신·여신 목표액을 거의 다 채웠다지만 걱정이 태산인 모양이다. 현재의 대출 추세로 보면 9월쯤이면 경영개선 권고 대상인 BIS 비율 8%가 간당간당해서다. 이 비율은 대출이 늘수록 떨어지게 된다. 자본 증액이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그런데 증자를 하고 싶어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에 가로막혔고 반대로 대출을 줄이자니 금융혁신 취지에 역행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법 개정 통과를 전제로 인터넷은행 2단계 발전방향을 마련했다. 1차로 현행 기준인 산업자본의 10% 출자(의결권은 4%)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뒤 법 개정 이후 산업자본의 50% 출자를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은행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를 반대해 2단계 추진전략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대기업 지배 문제를 과거의 잣대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은산분리의 취지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 방지에 있지만 다른 방식의 규제 그물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제한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이 대주주에 대해 검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는 과거 개발시대의 유산이다. 이런 케케묵은 규정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터넷은행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대기업이 현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니 문제인 게 작금의 현실이기도 하다.

때마침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이 인터넷은행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은산분리의 족쇄를 풀자고 제안했다. 국회에서 은행법을 그대로 두되 특례법을 제정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관련법안도 제출돼 있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갖고 핀테크 혁명을 지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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