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레나 오스타펜코가 11일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스무 살의 무명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을 정복했다. 남자보다 빠른 ‘포핸드 혁명’으로 여자 테니스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오스타펜코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끝난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에 2대1(4대6 6대4 6대3)로 역전승, 우승상금 약 26억원을 거머쥐었다. 2014년 이 대회 준우승자 할레프는 세계랭킹 4위, 시드도 없이 출전한 오스타펜코는 47위다. 이 대회 여자단식 역대 우승자 중 가장 낮은 세계랭킹이다.
2012년 프로에 데뷔한 오스타펜코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우승 경험도 없는 선수다. 투어 대회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한 것은 1997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의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 이후 20년 만에 처음. 또 비시드 선수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하기는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이다.
이변의 원동력은 평균 시속 122㎞의 강력한 포핸드 샷이다. 오스타펜코는 이번 대회 출전선수 중 남녀를 통틀어 포핸드 샷 평균속도 4위를 기록했다. 남자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리(117㎞·영국)보다 빨랐다. 남자보다 빠른 포핸드를 앞세운 오스타펜코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닥공(닥치고 공격)’ 테니스로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범실을 54개(할레프는 10개)나 저질렀지만 공격 성공에서 54대8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2세트에 0대3으로 끌려가다 6대4로 뒤집고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한편 이 대회에는 세리나 윌리엄스(2위·미국)가 임신으로 불참했다. 마리야 샤라포바(178위·러시아)는 도핑에 따른 징계가 해제된 지 얼마 안 돼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샤라포바는 다음 달 메이저대회 윔블던에는 허벅지 부상 탓에 참가하지 못한다고 11일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