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과기보좌관 유력 유웅환 "5G·AI 키우고 네거티브 규제땐 4차 혁명 퍼스트무버 가능"

[前 인텔 수석매니저 본지 단독 인터뷰]



“4차 산업혁명을 사람을 중심에 놓고 추진해야 합니다. 5G(5세대 통신) 등 인프라를 깔고 과학기술계의 사기를 조성하며 점차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돼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유웅환(46·사진) 전 인텔 수석매니저는 지난 9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로봇이 일을 대신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며 사회적 안전망과 재교육 등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과학기술보좌관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 자문·조정기구를 통합해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간사를 맡고 7월에 출범할 예정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카이스트(KAIST) 박사인 그는 미국 인텔에서 10년간 반도체시스템 설계를 하며 35세에 수석매니저가 됐고 2011년 귀국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이사)를 거쳐 2월 더문캠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4차산업분과 공동위원장과 일자리위원회 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4차 혁명 큰 그림은

벤처 육성 일자리 창출 유도

교육·경제구조·법제 보완

사람 중심의 혁명 바람직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7월에 출범하나.

△아직 공식 명을 받은 게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이달 중 구성과 방향에 관한 큰 그림이 나올 것이다. 위원장을 대통령님이 해서 방향을 정할지 민간이 맡아 좀 더 주도하는 모습을 보일지 결정되지 않았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통령이 위원장인) 일자리위원회의 접점이 많겠다.

△4차 산업혁명 진전에 따라 노동 집약적인 것은 물론 전문직들도 많이 없어질 수 있으나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V2X(차량 간 무선통신), 센서, 컴퓨팅파워, 통신 등 더 많은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교육과 연계해 미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2030년에는 하루 4시간만 일하며 로봇에 일을 시키고 나머지는 여가경제가 창출될 것으로 보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감축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두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비전과 추진 전략에 관한 큰 그림은.

△워낙 큰 화두인데, 핵심은 초연결성과 지능 혁명으로 생산력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기술 변화로 사회·교육·문화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기술의 선택과 집중, 교육·경제구조·법제의 보완을 통해 사람 중심의 혁명을 해야 한다.

-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

△과거 1~3차 산업혁명기에는 일자리 감소 우려가 있었지만 직업군이 바뀌었을 뿐 오히려 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달로 양상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지만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벤처기업이 3만3,000여개로 직원이 평균 23명인데 매년 20%씩 성장시키면 5년간 11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기존 일자리도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게 아니다. 직업군 간 전환과 재교육, 복지 혜택으로 혁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쪽에서 투자자본수익률(ROI)이 더 나올까.

△5G, IoT, 스마트카, ICT 소프트웨어, 스마트고속도로, 가상현실(VR) 5개 분야에서 5년간 40만개, 2025년까지 19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간 감소하는 일자리도 많겠지만 5G만 해도 2020년에서 1년만 앞당기면 몇 만개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다소 낙관하는 것 아닌가.

△경제연구소 예측을 바탕으로 했지만 숫자가 엉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며 훨씬 커졌고 각종 IoT가 결합될 경우 폭증하게 되는 것을 생각해보라. 스마트고속도로·스마트ICT·스마트네트워크·스마트카 분야도 크다. 5G 시대에는 수백차로의 정보화고속도로가 생겨 정보 전송이 100배 이상 빨라진다. 가상현실을 실시간 구현할 수 있고 자율주행차 시대가 앞당겨진다. 현재 인터넷망·교통망·스마트팩토리망이 따로 놀아 융복합이 안 되는데 산업 간 융복합이 가능해진다. 많은 앱이 현장에서 산업화된다. 우리나라는 시장 피드백이 빨라 선진국에서도 테스트베드로 여긴다. 신경망인 5G에 투자하고 표준드라이브를 걸며 감각기관인 IoT를 활성화해 산업군 간 결합을 늘리면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면 많은 벤처기업을 만들고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팜·스마트시티 등도 발전시킬 수 있다.

-통신사가 5G에 투자하게 되는데 요즘 휴대폰 기본료 폐지 문제가 논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기처럼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본권이자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5G 표준 선점이나 주파수 등에서 지원하고 통신사도 국가 경제 발전의 인프라를 담당한다는 각오로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선택과집중 전략은

데이터 개방해 시너지 업

통신 등 잘하는 분야 키워

기술 선도, 中·美 제쳐야



-미국·영국 등과 달리 국가정보원이 공공데이터 개방에 상당히 보수적인데.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텔은 정보를 4단계로 분류한다. ‘그린’은 누구나 접근하고 ‘옐로’는 매니저의 승인하에 쓰고 ‘오렌지’는 비밀 정도가 나뉘어 있고 ‘레드’는 톱 시크릿이라 직원도 접근하지 못한다. 특히 중국에서 온 친구는 더 그렇다. 출신 국가별로 공개 수준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정보 분류다. 인텔은 그 기준에 맞춰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되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되면 엄격하게 처벌한다. 우리도 공공데이터를 그렇게 개방해야 민간에서 창업이나 경쟁력 제고 등 시너지가 난다.

-신산업을 제대로 키우려면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것만 빼고 모든 것 가능)로 가야 하지 않나.

△기존 산업과 유기체처럼 얽히고설켜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꽤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물론 새로 생기는 산업은 네거티브 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소통이 중요하다. 요즘 바이오·핀테크 등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집단지성까지 이끌어내 투에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런 것을 담아낼 온라인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정치·경제·공공 등의 혁신을 위한 디지털 민주주의로까지 연결시키면 좋겠다.

△민심을 담아 빅데이터가 쌓이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분석하면 촛불상향 식 참여민주주의의 근간을 만들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보안을 강화해 온라인플랫폼에서 정책 의견을 듣고 국민투표에 준하는 여론조사를 하면 법적 효과는 아니더라도 대의제인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국토교통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간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는데 부처 간, 공공기관 간 칸막이를 벗어나 정책을 효율적으로 펴고 중장기적으로 인사 교류까지 하게 만드는 틀이 될 것이다.

-우리가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우주항공, 바이오생명과학, VR,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중국보다 뒤지고 있다고 보는 데 동의하는가.

△글쎄…. 물론 중국 엔지니어는 어마어마하다. 사회적으로 우대한다. 연구개발 투자도 많다. 매년 700만명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400만명이 벤처에 들어가고 창업도 엄청나게 한다. 미국 유학생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 이들도 기회를 찾아 많이 귀국한다. 하지만 우리도 통신·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잘하는 부분이 많다. 중국의 골리앗 경제에 맞서 우리는 다윗같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을 선도하고 재도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인텔이 직원이 450명인 이스라엘 자율주행인지센서업체인 모빌아이를 지난 3월 17조원 이상에 샀는데 우리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기술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중소·중견기업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신기술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고 습득해 기술 선순환이 가능하다. 미국·중국보다 큰 강점이다.

-그럼 벤치마크는 주로 어느 쪽을 생각하나.

△독일 인더스트리 4.0, 미국 인공지능혁명, 일본 로보틱스를 주로 보는데 제조2025를 내세운 중국도 한 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전략적 측면을 고려하지만 다른 나라만 따라가면 뒤처진다. 우리가 예측해 전략을 짜고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선도해야 한다. 뿌리 깊은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문화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훌륭한 인재가 많아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하면 된다. 미국·독일·중국도 4차 산업혁명을 단편적으로 해 아직 전체적인 사회 변화는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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