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새 정부를 맞아들여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실제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서울과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는 과열 기미가 나타나고 있고, 지방은 6개 광역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락하기 때문이란다. 이에 정부에서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주간 단위 가격자료를 근거로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과연 우리 시장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가격 흐름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만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아파트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역사적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오래전인 1986년부터 가격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6월 5일까지의 상승률을 계산해보면, 전국 지수는 0.25% 상승했고, 서울은 1.04%, 부산은 1.18%, 6개 광역시는 0.25% 정도 상승했다. 심각하다는 강남구의 경우 1.67%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고 보면 6월까지의 상승률에 2배 조금 더 되는 숫자가 올해 상승률이 될 것이다.
과연 많이 상승한 것일까? 이를 역사적으로 비교해보자. 1986년부터 작년까지 아파트매매가격지수의 전국과 서울, 강남아파트의 평균 연간상승률은 각각 5.54%, 5.95%, 6.48%이다. 올해 상승률은 평균 상승률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금융위기 이후의 시장은 변했기 때문에 저성장을 감안해야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상승률을 계산해보았다. 확실히 값이 많이 떨어지긴 한다. 전국과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격 연간 평균 상승률이 2.79%, 0.86%, 0.09%로 나타난다. 이렇게 보아도 올해 상승률이 그리 높아보이진 않는다. 여기서 일반 상식과는 다르게 서울과 강남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빠진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개년 동안 계속 빠졌고, 2012년에는 5.15%나 하락한 영향이 크다. 지금 강남구를 비롯한 서울의 상승은 금융위기 이후 지방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가격이 회복되는 국면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지방 시장의 하락은 금융위기 이후 평균이상의 상승을 보여준 시장이 자연스런 조정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야단법석일까? 아마도 강남집값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게 아닐까 생각된다. 강남 집값이 꿈틀거리면 서울 집값이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 집값이 큰 폭으로 올라, 집 없는 서민들이 더욱 고통스러워했던 그런 기억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이후 많이 바뀌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의 시장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전국 가격움직임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 가격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불안한 점은 서울과 부산 등 지금까지 상승을 주도한 대도시 집값이 중장기적으로도 더욱 많이 오를 것 같다는 점이다. 필자가 별로 신뢰는 하지 않지만 주택보급률도 서울은 전국 평균에 한참 모자라는 96% 정도이고, 앞으로도 획기적으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나오더라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냉엄한 원칙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주택시장 30년을 살펴보아도 단 한차례 200만호 건설만이 가격을 안정시켰을 뿐 나머지 정책은 대부분 단발성 효과에 그친다.
오히려 지금 서울 등 대도시의 가격 상승은 정부 규제로 인한 공급축소에 의해 생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 신규 택지공급이 위축돼 몇 년 후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지경이다. 게다가 서울은 조만간 거의 대부분의 주택이 재건축 혹은 재개발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더욱 힘든 규제만 부과되고 있는듯해 공급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마저 시행된다면 공급여력은 더욱 줄어들고 이에 따라 가격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흥미 있는 사례로 미국의 아틀란타시와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시가 많이 비교되곤 한다. 아틀란타는 규제를 완화하고 공급을 늘린 정책을 꾸준히 실행해 주택가격이 수십 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인 반면, 도시계획가들이 계획의 모범도시로 꼽고 있는 포틀랜드는 개발규제와 높은 기준으로 인해 환경의 질은 쾌적하게 유지한 반면 가격이 폭등한 사례로 꼽힌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쾌적한 도시환경과 안정적 주택가격은 대도시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그 어떠한 정책도 공급이 바탕 되지 않으면 가격은 안정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에서 특정지역 가격상승에 따른 정밀규제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지금 과열상태인지 냉정하게 평가를 다시 해보고, 정책수단이 적절한 것인지, 중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서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