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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로멘틱 코미디(이하 ‘로코’)의 강세 현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굳건했던 ‘드라마=로코’ 공식이었다. 하지만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로코 ‘엽기적인 그녀’가 기대 이하 성적을 나타내면서 그 공식의 균열이 뚜렷해졌다.
SBS는 2001년 영화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엽기적인 그녀’를 사극 버전으로 리메이크해 지난달 29일부터 선보이고 있지만 지상파라는 플랫폼의 장점과 원작의 후광도 보지 못한 채 시청률 10%도 넘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오디션 과정, 주원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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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시간대 KBS에서 방송 중인 로코 ‘쌈 마이 웨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엽기적인 그녀’보다는 시청률에서 2% 포인트 가량을 앞서고 있지만 화제가 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반응이다. 수목 로코 드라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SBS의 ‘수상한 파트너’, MBC의 사극 ‘군주’ 역시 시청률 10% 안팎을 힘겹게 오가고 있는 것. ‘수상한 파트너’는 지창욱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데다 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로코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군주’ 역시 지난해 화제가 됐던 ‘구르미 그린 달빛’을 연상케 하는 풋풋한 사랑에 아역 출신 유승호와 김소현의 매력이 더해져 커다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로코 드라마의 몰락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선보인 ‘푸른바다의 전설’(SBS)의 경우 박지은 작가가 집필하고 전지현, 이민호 등 한류스타가 출연해 기대를 모았으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 성공한 로코로는 김은숙 작가의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tvN) 한 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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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엔터 업계 일각에서는 로코 드라마의 부진이 한한령의 여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수출 효자 상품인 로코가 한한령으로 막히자 각 제작사의 야심작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제작사의 대표는 “수출은 무조건 로코”라며 “그런데 드라마 제작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수출 아니고서는 제작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는데 한한령으로 수출길 자체가 막히자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