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부터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 ‘뮤지엄 산’까지 왕복 168㎞ 코스에서 스팅어의 3.3 터보 GT의 운전대를 동승자와 번갈아가며 잡아봤다.
◇프리미엄은 수식어가 아니다=‘쏘다’, ‘찌르다’라는 스팅어의 차명에 걸맞게 스팅어의 첫 느낌은 ‘달리기에 최적화된 차’다. 그러나 기아차가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외관부터가 소위 말해 고급지다. 좌우로 길게 뻗은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마치 맹수의 입을 연상시키듯 강렬한 인상을 준다. 라디에이터 위에 달린 스팅어의 엠블럼과 조화도 좋다. 후면부 역시 역동성을 제대로 살렸다. 일반 세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으면서도 좌우로 볼록한 뒷모습은 마치 잘 달리는 경주마의 엉덩이를 연상케 한다. 듀얼 트윈 머플러에서도 한 눈에 예사롭지 않은 스팅어의 존재감을 읽을 수 있다.
◇흠 잡을 데 없는 주행성능=오크벨리리조트에서부터 워커힐호텔까지 스팅어의 운전대를 잡아 봤다. 시트 포지션과 좌우 후방 미러 뿐 아니라 운전대 역시 좌우상하 조절이 가능하다. 최적의 포지션에서 운전의 재미를 느껴 보라는 차의 배려로 읽힌다. 가속페달에 발은 얹고 출발할 때의 첫 느낌은 묵직함. 정지상태에서 한 템포 늦게 반응하는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연상됐다. 그러나 차가 무겁다기 보다는 마치 “여기서는 안돼!”라고 달래주는 느낌을 줬다. 시속 60km 안팎의 저속 주행은 마치 대형 세단 같다. 컴포트모드에서는 엔진음 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했다. 다만, 낮은 차체와 딱딱한 서스펜션의 영향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둔탁함이 느껴졌다.
스팅어는 단순히 잘 달리는 것만이 아니다. 기아차는 브랜드 차종 중 처음으로 스팅어에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의 ‘EQ900’와 ‘그랜저IG’에 탑재된 기술이다. 운전대 가운데에 있는 버튼을 눌러 HDA를 활성시켰다. 속도를 시속 100km로 맞추고는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직선 주로에서 앞 차가 속도를 올리자 스팅어 역시 속도를 높이며 따라갔다. 곡선 주로 역시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스스로 운전대를 돌렸다. 다만, 차로 한 가운데를 안정적으로 주행한다기 보다는 차선을 넘어서기 직전 반대쪽으로 튕겨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연비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왕복 168km를 달린 후 계기판에 뜬 연비는 9.1km/ℓ로 공인 복합연비(8.8km/ℓ)보다 준수했다. 물론, 시내 주행 구간이 극히 짧았지만, 주로 스포츠 모드를 놓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한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가격은 3,500만~4,880만원.
/원주=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