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총선 후 출현한 것이 ‘헝 의회(Hung Parliament)’다. 사실상 양당제인 영국에서 어느 당도 과반을 점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20세기 초인 1929년 한 차례 경험이 있었으나 이미 오래전 일이라 영국 국민들은 초유의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최다 득표를 한 노동당이 연정 형태로 총리를 맡았으나 불과 8개월 만인 10월 조기총선을 실시한다. 결과는 절반을 간신히 넘긴(2석) 노동당의 승리였다. 불만의 겨울 동안 위태위태하게 국정을 운영한 캘러헌 총리는 1980년 총선에서 대패함으로써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에게 총리직을 넘긴다.
다음으로 영국에서 헝 의회가 출현한 것은 2010년. 이번에는 집권 노동당을 보수당이 간신히 이겼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한다. 여기서 3당인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으로 총리가 된 사람이 데이비드 캐머런이다. 캐머런 총리는 첫 임기 동안 헝 의회를 막기 위해 ‘고정임기 의회법’ ‘조기해산권 의회 동의’ 등 관련 법을 개정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과 그는 연임에 성공한다. 그런 캐머런이 지난해 7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패배 책임을 지고 사임했고 후임이 같은 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다.
지난주 실시된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헝 의회의 출현이 불가피한 가운데 메이 총리는 일단 사퇴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추진하는 ‘하드 브렉시트’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에서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있다. 헝 의회 등 소수파 정권과 정치의 불안은 영국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