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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12~15일 제주에서 개최하는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의 사전 공연으로 기획된 이번 특별음악회는 백건우의 제안으로 약 400명의 지적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연주회에서 그는 프랑스 모음곡 외에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0번 G 장조, 리스트의 바흐 이름에 따른 판타지와 푸가를 연주했고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리스트의 잊혀진 왈츠 4번까지 밝고 부드러운 곡 위주로 선보였다. 연주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백 씨는 “음악인으로서 연주회를 연다는 것은 음악으로 서로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라며 “지적장애인들과 음악으로 대화하고 싶고 만나서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연주회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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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에 앞서 공연장 스태프들은 무대 위에 올려져 있던 피아노를 객석 앞줄에서 2미터 남짓 떨어진 오케스트라 피트로 옮겼다. 평소와 달리 객석 조명도 밝게 했다. 백 씨는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연주하고 싶어 주최 측에 제안했다”며 “보통 음악회는 무대와 객석이 완전히 다른 세계로 분리되지만 이 공연만큼은 안방처럼 편안하게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중간 들려오는 소리나 무대로 달려 나온 학생을 보고도 백건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연주회가 아니었다면 함께 건반을 두드리며 놀아줄 수 있었겠지만 다른 청중들을 위해 멈출 수 없었다”며 “오히려 더 많은 돌발상황을 예상했었기 때문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연주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한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연주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백 씨의 바람이다. 그는 “해외 공연장에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몸이 불편한 사람도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다”며 “국내 공연장들도 이 같은 시설을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제주=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