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경찰서는 2015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발신자 번호 변조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연합뉴스
인터넷전화 발신번호 070을 010 등 일반 휴대전화 앞번호로 둔갑시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판매한 별정통신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어플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도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12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5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발신자 번호 변조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이모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법상 발신번호를 조작하거나 그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모씨는 발신자 번호를 조작할 수 있는 앱을 제작해 유포했다.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만들면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 발신번호를 본인인증을 거쳐 ‘010’으로 조작할 수 있다. 금액을 미리 충전해두고 그 금액만큼 통화할 수 있는 선불제 서비스 방식으로 이뤄졌다. 초기에는 ‘02’, ‘031’ 등 원하는 숫자로 발신번호를 바꿀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적을 받은 뒤 이씨는 본인인증제도를 도입해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만 변조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이씨는 “보이스피싱을 목적으로 앱을 만들어 서비스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전화를 편하게 하려고 개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비스는 중극 등 외국에 기반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신번호에 인터넷전화번호가 찍히면 광고나 사기로 의심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씨가 개발한 앱으로 발신번호를 바꾼 인터넷전화 계정 3,228개 중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된 계정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은 대포폰 유통경로를 추적하던 중 일부 조직이 이 앱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함께 입건된 통신대리점 대표 하모씨는 대포폰에 이 앱을 설치해 받은 인증번호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온라인 메신저로 넘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사기방조)를 받았다.
해당 앱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중고물품 거래 등 다른 사기범죄에도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면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관계 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