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8월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인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까지 가세하면 간편결제 시장은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 혈전’에 돌입하게 된다. 쇼핑의 핵심단계인 결제를 손쉽게 마치도록 도와주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70조원 가까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나온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예로 들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규제 때문에 중국 시청자가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인인증서는 e커머스를 이용할 때 본인 확인과 서명 기능을 하는 일종의 온라인 증명서다. 액티브X는 금융거래 때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보안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스마트폰에서 본인 인증을 하고 신용·체크카드 정보 등을 미리 입력해두면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도 결제를 마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카카오(035720)페이(2014년 9월)를 시작으로 속속 등장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그동안 소비자를 괴롭힌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초기에는 여러 업체가 난립하며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선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크게 주요 5개사(카카오페이·시럽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페이코)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LG전자(066570)가 삼성전자(005930)의 삼성페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LG페이’를 출시하며 뒤늦게 뛰어들어 6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변수는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 1위인 구글의 간편결제 서비스 안드로이드페이다.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스마트폰에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안드로이드페이는 당초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카드사의 보안 토큰 기술 적용 문제로 출시 일정이 연기됐다. 현재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 모두 구글 측과 안드로이드페이 서비스 도입 조건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안드로이드페이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근거리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페이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인식기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아직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가 대부분이어서 사용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과 관련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DMC미디어가 발표한 ‘2017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경험은 88%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8.8%포인트나 증가했다. 전체 결제 중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 비중은 54.3%로 전년 대비 7.2%포인트 늘었다. 역시 서비스 이용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68%)으로 집계됐다.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 안정성(49.2%), 간편결제 서비스 경제적 혜택(41.4%), 등록 절차(26.2%)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구도가 장기적으로는 주도권을 쥔 업체의 2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경쟁 업체 간 인수합병(M&A)이나 업무제휴 등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소비자가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를 중복해서 사용하기가 번거로운데다 받을 수 있는 혜택(포인트 적립·할인)도 한 플랫폼에서 사용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빅2’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민구·조권형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