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FOCUS|정치가 미국의 발목을 잡는 이유

WHY POLITICS IS FAILING AMERICA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치-산업 복합체를 주의하라. 그들은 사익추구를 위해 게임의 규칙을 조작한다. 국민의 이익은 안중에 없다.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거의 모든 척도로 봐도, 미국의 정치 산업은 번성하고 있다. 요즘 선거 캠페인은 끝이 없어 보이고, 선거 운동원과 여론 조사자, 실무자 등 엄청난 사람들을 동원하고 있다. 일류 정치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가 많고, 언론의 관심도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상황이다. 전반적인 선거 비용(정치 산업의 성공을 판단하는 일반적인 잣대로 사용된다)도 역대 최고치에 이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산업의 호황으로부터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들(미국 국민)의 불만이 이 정도로 큰 적은 없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소한 “어느 정도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답한 미국 국민들의 비율이 지난해 9월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 2월에는 미국 국민의 거의 5분의 1(19%)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단일 문제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갤럽 조사 응답자 가운데 9%만이 ‘경제’가 미국의 가장 심각한 걱정거리라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국민들은 전보다 더 불만족스러운데 왜 정치-산업 복합체(Political Industrial Complex)는 번성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 정치에 기업 분석법들을 적용해 보았다. 결론은 미국 정치가 하나의 ‘산업’이라는 것이다-요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업의 반경쟁적인 형태와 유사한 ‘양자 독점체제(Duopoly)’ 양상을 띈다. 프린스턴 대학의 마틴 길렌스 Martin Gilens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벤자민 페이지Page가 2014년 진행한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일반 유권자의 선호도는 국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항상 그런 식은 아니었다. 미국 정치시스템은 오랫동안 세계인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시스템이 국민의 이익을 증진시켰고, 정책 혁신의 위대한 역사를 낳았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정치는 거의 모든 중요한 당면과제에 단지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미국 경제력 보고서도 ‘미국 정계가 번영과 성장 회복에 필요한 모든 핵심 정책 단계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붕괴된 정치 시스템이 갑자기 미국 미래의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된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일부분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정치시스템은 국민의 이익보단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태로 서서히 변모해왔다: 일반 국민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사이,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키우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일련의 규칙과 관행을 만들어왔다.

실제로 ‘건국의 아버지들’은 너무 변한 현재의 미국 정치시스템을 몰라볼 지도 모른다. 매일 일어나는 많은 정치 활동들이 헌법에 전혀 기초를 두지 않고 있다. 정당과 정당 예비선거 (Primary), 당원 회의(Caucus), 투표 참여법(Ballot Access Rules), 의원 전용 공간, 정당이 결정하는 분과위원회 업무, 필리버스터 법, 그리고 무수히 많은 관행들이 헌법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정치 기능을 마비시키는 주범들이다. 제2대 미국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가장 치밀했던 사상가 중 한 명인 존 애덤스 John Adams 조차 “신생국은 양당체제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공화국이 두 개의 거대 정당으로 분리되고, 각자의 지도자 밑에 결집해 서로 를 반대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일단 있는 그대로 현 정치 시스템을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산업-참가자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준다-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제의 핵심에는 2개의 거대 정당이 지배하는 양당 체제가 있다. 이들 주변으로 소위 정치-산업 복합체가 생겼다-이해 관계가 얽힌 다양한 참가자들 이 산업을 지탱한다: 이익 단체, 로비스트, 여론 조사자, 정치 컨설턴트, 당파적 싱크 탱크, 막강한 정치활동위원회(PAC), 그리고 당연히 언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실상, 모든 산업 참가자들이 보수 혹은 진보 어느 한쪽 편에 줄을 대고 있다.


현재 정치 경쟁은 매우 격렬해 보인다. 수 많은 후보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선거 비용, 그리고 시시각각 나오는 언론 보도만 봐도 그렇다. 경제학 전공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 듯, 경쟁은 일반적으로 고객들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정치에선 그렇지 않다. 선거 승리를 위한 경쟁이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와 통치는 이해 관계자들의 반경쟁적 공모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이 산업의 핵심 고객들-이익 단체와 선거 자금 기부자-은 양당의 권력 브로커들에 의해 주로 보호를 받게 된다. 정치 경쟁이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기보단 점진적으로 충실한 자금 기부자를 양성하고, 당파적인 프라이머리 유권자를 동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산업의 주요 공급자들은 양당 체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선거 캠페인 컨설턴트, 여론 조사자, 데이터 전문가, 자금 모집원, 입법 관련자, 많은 싱크 탱크들이 거기에 해당한다. 2개 진영으로 분열된 언론매체도 마찬가지. 수 많은 TV 채널들이 자기 편의 견해를 경쟁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무소속 후보는 오늘날 선거 캠페인에 필요한 자금과 전문가 집단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양당 체제에 속하지 않은 후보자는 TV토론에 나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정치는 경제 규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고객 불만족이 확산되면,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정치 산업에는 사실상 새로운 시장 참여자가 없다. 지난 100년 이상 동안 존재감 있는 신당이 미국 정치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정당들은 그 동안 선거 과정을 왜곡해 분열을 조장하고, 문제해결과 발전을 가로 막아왔다. 당파적 선거구 획정(Gerrymandering)과 프라이머리는 이런 구도를 유지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게리맨더링 지역 출신의 의원은 전체 국민과 국민의 이익은 고사하고, 총선 유권자의 이익에도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정당의 당파적 프라이머리 유권자들의 입맛에만 맞추려고 한다. 열혈 당원들이 대부분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정당 프라이머리에선 중도 후보자들이 ‘희귀종’ 취급을 받는다. 타협을 추구하는 의원은 더 극단적인 당원들이 다음 프라이머리에서 극진보나 극보수 후보자를 내세움에 따라 탈락의 쓴맛을 볼 수도 있다. 중도는 정치적 네거티브 광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 마디로 중도 의원들이 ‘멸종 위기종’이 되고 있다. 더 이상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형국의 최종 결과는 양당 체제가 해결책 제시 없이 국민 분열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굳건한 양당 체제가 신규 경쟁자 유입을 가로막고, 유권자 선택의 폭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며,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규칙을 공모했다는 증거는 도처에 널려있다. 하지만 반독점 당국은 이 독점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을 듯하다(불행하게도 반독점 규정은 정치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긴 하지만, 국민들이 정치 시스템의 통제권을 되찾는데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이고 좋은 정치개혁 아이디어들도 있다. 간단한 지침들을 소개한다.

▶ 비당파적 프라이머리를 도입하라. 현 프라이머리 시스템은 선거 캠페인(그리고 통치)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프라이머리를 전 국민에게 개방하면, 모든 예비후보자들은 당의 진보 혹은 보수 당원보다 전체 유권자에게 호소하게 될 것이다. 비당파적 시스템 하에서는, 당적과 상관없이 모든 예비후보자를 포함시키는 프라이머리를 고려할 수 있다. 상위 2명-상위 4명이면 더 좋을 듯하다-이 총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 비당파적 선거구제를 실시하라. 게리맨더링은 다수당에게 매우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인위적으로 획정하는 과정이다. 경쟁 의석이 줄고, 극단적 성향의 출마자가 당선되고, 선출직 공무원들의 책임이 최소화된다. 반드시 바꿔야 할 방식이다.
▶ 특정당이 상하원의 규칙을 통제하게 해선 안 된다. 일상적인 입법 및 통치 활동에 대한 당파적 통제권을 상당 부분 축소해야 한다. 합의와 협치를 가로막는 규칙과 관행을 철폐한다면, 미국에 절실한 입법안들이 더욱 수월하게 공개적이고 초당적 논의를 거치게 될 것이다.
▶ 무소속 후보의 진입 장벽을 낮춰라. 극단적이고 당파적인 환경에선 자격을 갖춘 능력 있는 중도 성향의 무소속 후보자가 공직에 출마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우선 선거 및 자금 시스템을 확립해 공정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
▶ 상원을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하라. 현재의 정치 난맥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상대적으로 빠르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문제 해결 의지와 목표의식을 가진 3~5명 정도의 중도성향 무소속 상원의원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들은 캐스팅 보트를 쥔 연합체(Swing Coalition) 역할을 하면서 어느 당에도 다수당 지위를 주지 않고 중간에서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centristproject.org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라).

이 중 일부 조치들은 이미 주목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주가 비당파적 프라이머리를 제정했다. 당파적 선거구제를 반대하는 최근의 법원 판결도 훌륭한 시작점이다. 그리고 중도 및 무소속 후보자 지지 모임들도 결성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 시스템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상당한 정치적 후원을 포함해 대규모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쟁이 근본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있을 재계가 건전한 경쟁 회복으로 미국 정치에서 국민의 이익이 증진되도록 도와줄 것을 촉구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정치의 뿌리 깊은 불신을 이용, 극심한 분열로 점철된 선거 캠페인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양당 체제에 속하지 않았다면 그는 당선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동안 정치-산업 인프라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복원시킬 때가 왔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과 모든 미국인들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Katherine M.Gehl and Michale E.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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