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일간 아랍뉴스는 12일(현지시간) 일명 ‘죄악세’ 도입의 여파로 담배 사재기와 음료 가격 폭등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건강을 해치는 제품들이 개인과 정부의 의료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지난 11일부터 담배·탄산음료·에너지드링크에 일제히 세금을 매겼다. ‘죄악세’로 불리는 고율의 세금이 도입되면서 현지 담배 및 에너지드링크 가격은 두 배로 뛰었으며 탄산음료 가격도 50%나 인상됐다.
관련 제품의 공급·유통업자들은 오는 8월25일까지 물품 취급 사실을 정부에 자진 신고해야 한다.
저유가 장기화로 재정 흔들
울며 겨자먹기로 간접세 올려
사우디가 고율의 ‘죄악세’를 도입한 것은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재정 손실을 충당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2014년 10월까지 배럴당 100달러에 달했던 국제유가가 반토막 나면서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3,670억리얄(약 110조 4,413억원)을 기록했다.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긴축정책을 도입해 적자 규모를 2,970억리얄까지 줄였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여전히 안심하기에 이른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반등해 재정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재정지출 계획을 8,400억리얄에서 8,900억리얄로 늘렸지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유가는 정체돼 있으며 카타르 단교 사태 등으로 OPEC의 공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도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간접세를 올리고 있다. 당장 이번 ‘죄악세’ 도입으로 사우디의 연간 재정수입은 80억~100억리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도 내년부터 5%의 부가가치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