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3일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글로벌 소형 SUV ‘코나’를 최초 공개하고 있다./권욱기자
라임 색깔의 코나 한 대가 무대 위로 들어왔다.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이미 신차 발표를 정 부회장이 한다는 것은 알려졌지만 내외신 기자와 현대차 관계자들이 웅성거렸다. 가슴에 KONA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와 운동화라는 다소 파격적인 정 부회장의 의상에 대한 반응이었다. 마치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연상하게 했다.
현대차는 신차발표회가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야외무대는 물론 실내에 전시된 코나 옆에도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들로 꾸몄다. 건물 옥상 식당 앞 무대에서는 하와이에서 초빙해온 아티스트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춤을 추며 노래했다. 항상 딱딱한 양복만을 고집했던 현대차 임직원들도 모두 비지니스 캐주얼보다 편안한 차림으로 신차 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비롯해 기획과 실행단계까지 정 부회장이 직접 주도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인수합병(M&A) 및 타사와의 협업을 밝힌 부분. 신차 소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영국의 한 기자가 중국의 경쟁사처럼 현대차도 다른 완성차 업체를 인수할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정 부회장은 “현재로서는 자동차 메이커를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완성차 브랜드보다는 정보기술(IT)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이 같은 M&A와 협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고, 현대차 역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역량을 키우는 한편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폐쇄적이고 딱딱했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유연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공표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조용한 모습을 보이던 정 부회장이 이번 신차발표회를 시작으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 급변하는 시장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현대차의 변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