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부업체 계열사 간 ‘소액 쪼개기 대출’ 관행을 손보기로 했다. 주부·학생 등 무소득자가 소득 심사가 필요한 수준으로 대출을 원할 때 두 군데 이상 복수의 대부업체에 대출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무서류 대출을 받게끔 유도하는 영업방식인데 이 같은 대부업계의 대출 관행이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확대와 부실에 일조한다고 판단, 개선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14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부업체들은 300만원이 넘는 대출을 실행할 때 소비자로부터 소득증빙서류를 받아 심사해야 한다. 무소득자가 능력 이상의 대출을 받은 후 과도한 빚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현장점검에 나선 결과 일부 대부업체들은 동일 계열 대부업체와 함께 동시분할대출, 즉 대출금액을 쪼개는 방식으로 서류 심사 의무를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소득 증빙을 할 수 없는 무소득자가 500만원을 빌리려고 할 때 계열사인 두 곳의 대부업체에서 250만원씩 대출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로 진행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각각의 대부업체라고는 하나 계열사 관계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업체 한 곳에서 꼼수 대출이 실행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결국 무소득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빚을 내게 되는 만큼 채무 상환 불이행 등 가계부채 부실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업계는 최고금리 인하 추진에 이어 대부업계 영업방식에까지 금융당국이 칼날을 들이대려는 데 대해 현실은 외면한 채 서민들을 오히려 사채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들은 급전이 필요한데도 은행이나 저축은행에서 거절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돈이 급한 사람들이 500만원이 필요한데 소득증빙서류를 내지 못해 대부업체에서 300만원밖에 빌리지 못한다면 결국 나머지 200만원은 사채 시장으로 가서 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제도권 밖에서 법정 상한 금리보다 더 많은 이자를 감당하고 돈을 빌려 쓰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대부업계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금융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록을 아예 포기하고 사채 시장으로 가버리는 업체도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 관리·감독 체계 개편에 따라 현재 △대부업 외 채권매입·추심업도 하는 업체 △2개 이상 시도에서 영업하는 대부업체 △대기업·금융기업 계열 대부업체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지자체가 아닌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의 8,000여 대부업체 중 1,000곳 정도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 대부업 규모를 쪼개 회사를 여러 개로 만들거나 아예 폐업한 후 사채 시장으로 가는 업체들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자꾸 대부업을 가계부채의 주범이라고 하는데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며 “전체 가계부채 1,300조원 중에 대부업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