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방수제 : 콜타르 피치는 수천년 동안 배의 틈새를 메우는 방수제로 쓰였다. 사진 속 유동성 실험은 82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역청(pitch) 방울 떨어뜨리기 실험이다. 현재까지 86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단순한 실험 이상의 의미를 가진 이 실험은 1927년 호주 퀸즐랜드대학의 물리학 교수였던 토마스 파넬 박사가 학생들에게 석탄 부산물인 *콜타르 피치(coal-tar pitch)가 점성이 매우 높은 액체임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 이 물질은 극단적으로 느린 속도이기는 해도 상온에서 액체처럼 흐르지만 망치로 내리치면 부서질 정도여서 자칫 고체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파넬 박사는 콜타르 피치를 녹여서 유리 깔대기에 붓고는 3년간 냉각한 뒤 비커 위에 깔때기를 올려놓고 기다렸다. 실험이 본격 시작된 1930년 이후 첫 번째 역청 방울이 비커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8년. 그리고 다시 9년 뒤인 1947년 두번째 역청 방울이 떨어졌다. 파넬 박사는 두번째 방울의 낙하까지 직접 기록했지만 1954년 세 번째 방울이 떨어지기 전 유명을 달리했다. 이렇게 그가 사망한 뒤 실험도구는 물리학부 연구실의 구석진 곳에 처박히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1961년입학한 존 메인스톤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사라질 뻔했다. 어느 날 메인스톤은 한 동료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이봐, 컵 놓는 선반에이상한 물건이 있어.”
그것은 바로 파넬 교수의 실험 도구였다. 교육적 가치에 주목한 메인스톤은 학과장을 찾아가 끈질긴 설득을 거듭한 끝에 파넬 교수의 실험을 계속 이어가면서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떨어진 방울은 총 8개로 현재 이 실험은 웹캠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방송 되고 있다. 그럼에도 하필이면 카메라가 고장 난 2010년 11월 28일 8번째 방울이 떨어졌다. 때문에 8번째 방울이 깔대기에서 완전히 분리 돼 떨어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9번째 방울은 언제쯤 떨어질까. 메인스톤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세월이 흘러 역청 속 기체가 빠져나가고, 8개의 방울이 떨어지며 중량도 가벼워지면서 방울이 생기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탓이다.
“깔대기 속의 역청이 모두 빠져나가 실험이 완료되려면 앞으로도 100년은 더 지나야 할 겁니다.”
* 콜타르 피치 (coal tar pitch) : 석탄으로부터 제철용 코크스 등을 얻기 위한 고온 건류(高溫乾溜)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검정색의 유상(油狀) 액체.
2억3,000만 : 역청의 점도를 흐름저항 단위인 파스칼초(Pascal second)로 환산한 수치. 물의 점도는 0.001 파스칼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edited by Ryan Brad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