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한국축구…'추미(球迷)' 되게 생겼네

‘도하쇼크’로 조 2위 수성 비상등
남은 상대 이란·우즈베크인데
현 전력으론 승점 1점 장담못해
8월 中이 우즈베크 이겨야 ‘희망’
슈틸리케 경질 미루다 화 자초
러 월드컵 가는 길 ‘가물가물’

한국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에서 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의 문제는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 추가도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팀은 중국의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를 응원해야 하는 기구한 운명에 놓였다.

14일 카타르 원정 2대3 패배의 ‘도하 쇼크’를 겪은 한국은 4승1무3패(승점 13)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위다.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 12)과는 1점 차. 이란(6승2무, 승점 20)이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은 남은 본선 직행 티켓 한 장을 놓고 우즈베키스탄과 사투를 벌여야 한다. 3위로 밀리면 B조 3위(현재 호주)와의 홈앤드어웨이 플레이오프에 나가야 한다. 여기서 지면 탈락. 통과해도 다시 북중미 4위 팀(현재 파나마)과 역시 홈앤드어웨이로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겨야만 본선에 나간다. 한국은 카타르·이란전을 남긴 A조 4위 시리아(승점 9)에도 4점 차로 쫓기는 신세다.


턱걸이 직행이냐, 굴욕의 플레이오프행이냐, 아니면 플레이오프에도 못 나가고 탈락 확정이냐는 최종예선 잔여 2경기에 달렸다. 한국은 8월31일 이란과의 홈경기, 9월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만을 남기고 있다. 이란은 8경기 무실점의 최강.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에 부푼 우즈베키스탄은 사생결단의 홈 텃세로 무장할 가능성이 크다. 냉정한 시각으로 보면 현재 대표팀 전력상 2경기에서 승점 1점(1무)도 장담하기 힘들다. 우즈베키스탄은 8월31일 중국 원정 뒤 한국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한국은 중국의 승리를 응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14일 끝난 시리아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줘 2대2로 비겼다. 1승3무4패로 6개국 중 최하위다.

슈틸리케호는 조기소집과 중동 평가전 등의 준비에도 불구하고 조 꼴찌였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88위(한국은 43위)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하는 수모를 떠안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서야 뒤늦게 슈틸리케와의 결별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사령탑 ‘임시 유임’ 뒤 협회가 어떤 작업을 해왔고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는 15일 기술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상 카타르’ 이라크와의 현지 평가전에서 그동안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수비전술을 시험해 의문을 남겼던 슈틸리케는 카타르전에서 수비 조직력 붕괴로 참사를 맞았다. 전반 25분 하산 알하이두스에게 프리킥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반 33분 ‘에이스’ 손흥민이 교체돼나가면서 더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았다. 손흥민은 공중볼 경합 뒤 땅을 짚는 과정에서 오른팔 골절상을 입었다. 남은 2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대표팀에 손흥민의 부상은 큰 악재다. 후반 6분 아크람 아피프에게 다시 한 방을 맞은 한국은 후반 17분 기성용, 후반 25분 황희찬의 연속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5분 뒤 알하이두스에게 또 한 번 골문을 열어줬다.

슈틸리케는 컨디션 난조에 따른 수비수 홍정호의 선발 제외와 손흥민의 부상 등이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핑계를 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임은 내게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후 귀국하며 “남은 2경기를 내가 치르든 안 치르든 본선 진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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