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을 방문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다정하게 맞이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본격적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개시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에 유럽연합(EU) 잔류 카드를 제시하며 지난 8일 영국 총선 이후 들썩이기 시작한 영국 내 탈퇴반대론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이 15일 기업친화적 브렉시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져 테리사 메이 총리가 택한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 노선의 추진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마크롱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메이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종료되지 않는 한 당연히 (EU의) 문은 언제나 영국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영국이 결정을 바꾸고 싶다면 문은 열려 있다”며 영국에 손짓을 했다.
브렉시트를 이행하더라도 보다 온건한 노선을 택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거세지고 있다. 해먼드 장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브렉시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주도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도 이날 폴란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보수당이 장악했던 의회 권력구도가 변하면서 다른 세력들도 브렉시트에 관해 말할 자격이 생겼다”며 “더 부드러운 브렉시트를 추진하라는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당과 노동당 일부 의원들은 브렉시트 방향을 논의할 초당적 ‘브렉시트위원회’ 설치를 촉구했으며 양당 지도부가 비밀리에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총선 참패와 대내외적인 압력에도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고수하려 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협상 일정은 그대로 진행돼 다음주(19일)에 시작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브렉시트에 대한 회의론을 이유로 사임한 조지 브리지스 전 브렉시트부 부장관 자리에 대표적 EU 회의론자인 스티브 베이커 의원을 임명하는 등 강경한 협상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후 새로 입각한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알려진 대로 우리는 관세동맹 밖에 있을 것”이라며 하드 브렉시트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을 위한 보수당과 민주연합당(DUP) 간 협상은 14일 중 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BBC는 보도했다.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DUP) 대표는 전날 메이 총리와의 협상 후 트위터에서 “(보수당) 정부와의 논의는 잘돼가고 있다”며 “곧 성공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이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소수정부 구성 협상이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필요한 정부의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