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4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남경주는 변호사 남편 알렝 역을 최정원은 위선 투성의 아내 아네뜨 역을 맡았다. 14일 대학로에 마련된 연습실에서 이들을 함께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막을 내린 뮤지컬 ‘오! 캐롤’에서도 한 무대에 섰다.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두 사람에게 동시에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고 “그 어떤 조건도 없이 바로 ‘예스’를 외쳤다”고 한다. “요즘은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대부분인데 무려 한 달 동안 원캐스트로 출연한다고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우리 둘은 무조건 하겠다고 한 거예요. 둘 다 기회만 오면 (연극을) 무조건 하자는 생각이었던 거죠.”(최정원)
최정원은 “내가 가진 실력보다 빛나는 것이 뮤지컬이라면 연극은 배우의 부족한 점이 죄다 드러나는 장르”라며 “연습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실망하면서도 이렇게 고민하고 반성하면 다음 작품에선 더 잘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더 진지하게 연습한다”며 웃었다. 그러자 남경주는 “긴장감에서 벗어나려면 몰입해야 하고 몰입하려면 그만큼 작품을 공부해야 한다”며 “이렇게 밀도 있게 기본기를 다지고 나면 그제서야 기댈 곳이 생긴다”고 거들었다.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 이상이 흘렀다. 그간 이들이 발견한 작품의 매력은 뭘까. 남경주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작품”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네 명은 어디에나 늘 존재하는 유형이죠. 일 중독에 이기적인 변호사 알렝을 연기하다 보면 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해요. 아마 극장을 나갈 때쯤 다들 좀 찔릴 겁니다.”(남경주)
끝으로 두 사람은 순수예술로서 연극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문했다.
“연극이 바탕이 돼서 재즈, 무용, 뮤지컬도 나오는 거죠. 연극 무대에서 주로 탄탄한 연기실력을 갖춘 배우가 탄생하고요. 요즘은 뮤지컬 무대에서 출발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꼭 한번씩은 연극 무대를 경험하면 좋겠어요.”(최정원)
“연극계가 배고픈 건 브로드웨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브로드웨이에선 소극장 연극인데도 프로그램 북 뒤에 두 페이지에 걸쳐 후원사들이 나열돼 있죠. AT&T 같은 대기업들도 많고요. 그걸로 순수예술이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예술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국 선진국과 후진국이 나눠지는 거죠.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머지않길 바랍니다.”(남경주)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