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시대였던 간편결제 시장이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폰에 삼성페이를 탑재해 오프라인 매장을 장악했고, 네이버는 포털검색과 연계한 네이버페이로 온라인 시장을 점령했다. 이처럼 양강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안드로이드페이·알리페이 등 해외 서비스가 국내 시장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다.
14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은 지난달 삼성페이의 월간 순사용자가 493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181만명에 비해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를 대체할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가파른 성장의 첫 번째 비결로는 ‘편의성’이 꼽힌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삼성페이 메뉴를 끌어올리면 앱이 즉시 실행되면서 마그네틱 신호가 나와 카드 단말기에 대기만 하면 결제가 끝난다. LG전자가 LG페이에 마그네틱 기술을 접목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 IT업계 고위관계자는 “삼성페이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도록 설계한 서비스”라며 “삼성페이가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네이버가 주도하고 있다. 상품 검색 서비스인 네이버쇼핑과 쇼핑몰 지원 시스템인 스토어팜을 통해 온라인 쇼핑 영역을 확대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네이버페이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네이버를 통해 쇼핑을 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만큼 네이버페이 사용자와 거래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지난해에 이미 2,2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6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상품검색 기능이 강화되고 스토어팜 가맹점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네이버페이의 온라인시장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035720)페이와 페이코 등 경쟁업체도 맹추격에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페이코는 온·오프라인 겸용 서비스라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월 거래액 1,000억원을 넘길 만한 저력은 갖췄다.
한편 전문가들은 글로벌 IT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전 세계 OS 점유율 1위 구글은 이르면 오는 8월 안드로이드페이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애플 또한 ‘아이폰8’ 출시를 기점으로 ‘애플페이’를 국내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별도의 장치를 필요로 하는 근거리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문제다.
간편결제 서비스사의 한 관계자는 “NFC 인식 장치를 오프라인 가맹점에 설치하고 관리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도 국내 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IT업체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