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이슬람을 다시 본다] 종교·인종 편견 버리고 한국내 '무슬림 공동체'와 교류 늘려야

<하> 이슬람과의 공존을 향해
터키 유학생 "너 어디 테러할거냐" 질문에 충격
중동인 한국에 호감...왜곡된 시선 알면 실망할 것
18억 인구 할랄시장 확보·비즈니스 강화 하려면
시민사회와 어울릴 '親韓 무슬림 커뮤니티' 필요

경기도 마석 가구단지에 있는 이슬람 기도처에서 무슬림 외국인노동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출신이다. /남양주=안의식기자


터키의 해직 언론인인 알파고 시나시씨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사회와 한국 내 이슬람 공동체의 공존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동효기자


모하메드 주엘 문시(43)씨는 지난 1998년 조국인 방글라데시의 정치불안 때문에 한국으로 피신했다. 한국에 온 뒤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여러 곳을 헤매다 찾은 곳이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였다. 그는 가구공단에서 부지런히 돈을 벌었다. 한국 여성을 만나 결혼 약속까지 하게 됐다. 양가 부모의 반대는 만만치 않았고 둘은 유학을 핑계로 호주로 떠났다. 호주는 이민자의 국가인 만큼 다문화가정으로 살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호주뿐 아니라 싱가포르에서도 살아봤지만 한국이 가장 좋다”며 “한국인 가운데 이슬람교도의 테러 관련 뉴스가 나오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한국인은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충실한 이슬람교도지만 그의 아내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아내에게 한 번도 알라신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쿠란의 교리에는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며 “믿지 않는 사람에게 종교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1990년대만 해도 이슬람교도가 함께 모여 기도하면 문제 제기를 했던 주민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 마석가구단지는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국내의 몇 안 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현재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에서 일하는 문시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진다면 가구공단은 가동을 멈추게 되고 인근 집주인들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석가구단지의 한국인들은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어서인지 이슬람 문화에 관대하고 다문화를 존중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알파고 시나시(29)씨는 고국인 터키로 돌아갈 수 없는 해직 언론인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후 사법·교육·언론 등에서 현 정권을 비판했던 사람들을 가차 없이 구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나시씨는 터키의 거대 언론사 중 한 곳인 지한통신사 소속으로 근무한 전력 때문에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다. 시나시씨는 2004년 한국에 유학해 충남대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지한파(知韓派)’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의 종교·인종적 편견을 접하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에 만난 한국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진지한 표정으로 ‘너는 한국의 어느 지역을 테러할 것이냐’고 물어왔다”며 “이미 테러를 저지를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묻길래 농담 삼아 ‘너희 집을 폭파하겠다’고 답했는데 당시에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2015년에도 비슷한 편견을 마주했다. 그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에 무슬림이 모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일부 한국인들이 용산구청에 종교집회 금지를 요구했다”며 “쇼핑몰에는 사람이 모여도 괜찮은데 모스크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때 열성적으로 무슬림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해를 바로잡아주려고 노력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를 포기했다. 그는 “TV를 틀면 서방에서 발생한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연일 방송되는데 무슨 논리로 설명해야 한국인들이 이해하겠느냐”며 “중동 사람들은 한국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한국에 와서 이런 편견을 마주한다면 크게 실망하고 돌아갈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한국인 무슬림인 임병용씨는 높은 경쟁률의 외교관 선발시험에 합격한 인재다. 그는 2011~2012년 외교관들이 기피하는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당시 하루에도 몇 번씩 바그다드 시내에 폭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위험했지만 생활현장의 이라크 사람들은 순수하고 정이 많았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종교를 갖지 않았던 그는 이라크 근무를 마친 뒤 무슬림이 됐다. 그는 “이슬람교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신자가 된 이유를 밝혔다. 임씨는 한국인 무슬림 수가 200명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 이슬람교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밝힌 한국인 무슬림 수 3만5,000명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임씨는 이유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 진출할 때 중동 국가들이 이슬람을 믿는 노동자들을 원해서 한국 근로자들이 속성교육을 받고 무슬림이라는 증명서에 사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자신이 다니는 파주성원에서도 한국인은 혼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경전을 왜곡 해석한 극단주의자들이 문제일 뿐 쿠란 그대로의 가르침을 따르면 누구보다 선하게 살게 된다”며 “오늘날 발생하는 테러와 갈등은 종교보다 정치가 개입해 발생한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한국 내 이슬람 공동체와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이슬람교도의 유입만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한국에 존재하는 무슬림 공동체가 자기들만의 닫힌 공동체로 묻히도록 방치하지 말고 시민사회와 어우러지게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8억 이슬람 인구시장을 확보하고 이슬람교 국가와의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친한(親韓) 무슬림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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