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도서관 전경/우영탁 기자
높은 책꽂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중에게 공개된 지 3주째를 맞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별마당도서관은 자유분방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 바빴고, 의자에 기대 쪽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연인끼리 손잡고 앉아있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독서에 여념이 없다. 정중앙에 있는 무대에서는 첼로 무대가 펼쳐지고, 그 옆으로는 ‘윤동주 특별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중앙 무대에서는 매일 명사특강, 클래식 음악여행 등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높이 13m의 거대한 책장 한쪽에는 편의점과 카페에 드나드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신세계그룹은 60억원을 투자해 지난 5월31일 개장한 ‘별마당도서관’은 벌써부터 코엑스를 대표하는 명소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중이다. 별마당을 찾은 고교생 김상윤(18) 군은 “큰 책꽂이가 예쁘다. 인상적이다”라고 했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김 모(38) 씨는 “괜찮네요. 다음에는 친구랑 또 와봐야겠어요”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람들이 별마당도서관에서 음료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우영탁 기자
◇‘열린 도서관’답게 열린 분위기= ‘식음료를 가지고 입장하시면 안돼요’. 책을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문구다. 서점 내부에 카페가 있더라도 식음료를 카페 밖으로 가져가는 것은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마당도서관은 다르다. 커피를 마시면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해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식음료와 함께 책을 읽고 있었다. 별마당이 생겼다는 소식에 한 번 와봤다는 이 모(68·여) 씨는 “커피랑 같이 먹을 수 있는게 편하다”면서 “마치 커피집 와서 내 책을 읽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이 훼손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별마당도서관 관계자는 “콘셉트 자체가 열린 도서관인 만큼 일반 도서관처럼 규제 없이 편하게 쉬고 가볍게 음식도 먹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도난방지시스템도 설치하지 않았다. 코엑스몰 전체를 담당하는 보안관 몇명이 전부다. 이 관계자는 “책을 기부받고 있는 상황에서 못 가져가도록 막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여 도난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열린 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방문객의 양심에 맡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별마당도서관은 도난과 훼손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연 5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책의 종류 한정돼 아쉬워= 평일 오후에 찾아갔음에도 많은 사람이 독서에 집중하고 있었다. 쇼핑몰 한가운데 위치한 열린 공간이라 시끄럽고 불편할 것 같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벽면의 대형 유리로 채광을 확보하고 책상에는 간접 조명이 설치됐다. 공공도서관이나 조용한 카페 못지않았다. 다양한 잡지들은 인근 직장인들이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책을 읽으며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던 정영훈(31) 씨는 “콘센트가 있어서 좋다. 전략을 잘 짠 것 같다. 별마당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신간이 부족했다. 별마당도서관의 장서량은 총 5만여권이다. 적은 양이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다르다. 도서 검색용 컴퓨터로 영풍문고의 베스트셀러를 찾아본 결과 총 12종 중 6종만 있었다. ‘전집’ 위주의 장서도 아쉽다. 쇼핑몰 속 열린 공간인 만큼 지나가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행본의 수요가 높다. 하지만 ‘세계문학’ 섹션에는 ‘세계문학전집’이, ‘과학’ 섹션에는 ‘어린이용 과학전집’이 대다수였다. 전자책 부스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지은(22·여) 씨는 “책을 읽기에는 그렇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간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 별마당도서관 측은 “아직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다음 달부터 신세계에서 매달 일정 금액의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