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궁극의 감미료인 ‘설탕’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맛 좋고 칼로리 없는 대체재를 찾기 위한 오랜 노력의 결실이 더욱 절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 도전은 힘겹기만 하다.
설탕의 역사를 쓸 때, 2016년은 그 이미지가 바뀐 해로 기억될지 모른다. 우리는 이 달콤한 흰색 입자가 충치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비만과 당뇨는 이미 국가적 비상사태로 떠오른 상황이다. 당뇨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전체 건강보험 비용의 10%를 차지해왔다.
점점 더 많은 연구원들의 지적과 화제의 책 ‘설탕 소송(The Case Against Sugar)’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우리의 선호식품인 천연 감미료를 심장병, 알츠하이머, 암 같은 끔찍한 질병들과 연관 짓기 시작했다(이런 결론은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암울한 분위기는 또 있다. 작년 가을 폭로된 사실에 따르면, 제당업계는 1960년대 하버드 과학자들을 고용해 관상동맥 질환에 미친 설탕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대신 포화지방을 주범으로 몰았다(이는 지금까지 영양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일조해왔다).
시장조사기관 민텔 Mintel의 글로벌 식품 및 음료 섹터 투자분석가 데이비드 터너 David Turner는 “대중의 마음 속에 설탕은 새로운 담배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공 보건 전쟁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몇몇 도시들은 설탕이 든 음료에 세금을 부가함으로써 이런 상황에 대응해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FDA)은 내년부터 제품 포장지에 설탕 첨가량을 명시하는 걸 의무화할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엔피디 그룹 NPD Group에 따르면, 설탕은 소비자들이 음식에서 줄이거나 없애려고 노력하는 최우선 물질이었다. 물론 여기선 ‘노력’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 설탕을 줄이려는 열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설탕을 많이 먹고 있다. 현재 미국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설탕을 연간 34kg 정도 섭취하고 있다. 이는 1970년에 비해 8%나 상승한 양이다.
대형 식품회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그들이 주 원료로 설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의학저널 ‘더 랜싯 The Lance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포장 식품과 음료수의 약 74%는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 이상이다. UC 샌프란시스코 약대 교수이자 설탕 반대론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러스티그 Robert Lustig는 “식품회사들이 쾌락 물질을 사용하는데,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설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식료품 회사들이 소비자들의 ‘슈거 러시 Sugar Rush’ *역주: 너무 많은 설탕이나 포도당을 먹을 때 생기는 강렬한 생리 효과 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의 학술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수십 년간 지속해온 ‘저 칼로리 감미료 발굴’의 시급성에 불을 붙이고 있다. 현 대체재들이 회의적인 반응에 직면할수록, 이런 상황은 가속화하고 있다. 민텔에 따르면, 소비자의 39%는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아스파탐 Aspartame과 사카린 Saccharin 같은 인공 조미료가 포함된 제품을 피하는 걸 상책이라 여기고 있다. 그 결과 인공 대체재 판매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3%나 하락했다.
포장식품 회사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마지막 요소도 있다. 바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식품에 대한 폭발적 수요다. 증권사 번스타 Bernstein의 애널리스트 알리 디바지 Ali Dibadj는 “건강과 웰빙이 ‘칼로리 섭취 감소’와 동의어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준으로 보면 “대표적인 초창기 다이어트 콜라 탭 TAB도 건강음료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테이트 앤드 라일의 일리노이 사무실에서 진행된 스테비아 맛 테스트.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100~350배 더 달지만 뒷맛은 쓸 수 있다.
식품 회사의 곤경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자: 업계 최고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사탕수수 추출물의 맛과 느낌을 가진 제로 칼로리 감미료를 찾거나 발명하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그들이 그 복잡하고 힘겨운 과제를 대부분 완수하지 못하면서, 난이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과학자들은 이 불가능한 혼합 감미료를 만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멈추고, 설탕을 둘러싼 대형 식품 회사와 미국 소비자의 상호 의존성을 인정해보자. 당신은 모순적인 제품을 고집하는 소비자를 당연히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맛과 제로 칼로리를 약속하면서, 수십 년간 소비자들이 환상을 갖도록 한 것이 누구인가? 당연히 대형 식품 회사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이 기준을 높이고 있다. 회사들이 그 시험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1만 년 전부터 설탕이 음식의 필수재료가 된 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역사가들은 사탕수수가 처음 사용된 흔적을 뉴 기니아 New Guinea에서 발견했다. BC 500년 무렵 일부 인도의 농부들이 사탕수수를 원당(Raw Sugar)으로 바꿨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거의 완벽한 혼합물로 알려진 자당(Sucrose)이 나왔다. 자당은 썩지 않고 발효를 통해 캐러멜처럼 녹는다. 또 점성과 식감, 질감, 그리고 (적당한) 크기도 제공한다. 다른 재료의 맛도 향상시킨다. 심지어 걸음마 아기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단맛의 완벽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많은 유사 감미료들이 자당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카린, 아스파탐(오늘날 이퀄 Equal이라는 브랜드로 가장 잘 알려졌다), 수크랄로스(스플렌다 Splenda 브랜드) 같은 여러 감미료들이 ‘으스대듯’ 나타나 각각 최고의 단맛과 최저 칼로리를 주장해왔다. 모든 제품이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초기에는 ‘과학의 기적’으로 인식되며 오리지널 설탕과 똑같은 맛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인기를 누리다가 결국엔 이상한 뒷맛으로 소비자를 실망시키거나, 간혹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걱정을 끼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경이로운 저칼로리 감미료는 스테비아 Stevia-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트루비아 Truvia다-이다. 나뭇잎에서 추출했기 때문에 ‘천연’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스테비아 이야기는 설탕 대체재 만들기의 기회와 난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 필자는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 생산업체 퓨어서클 PureCirle을 방문했다.
겨울 날씨는 따뜻한 기온에서 자라는 스테비아와 잘 맞지 않는다. 회사의 글로벌 마케팅 및 혁신 본부장 페이스 손 Faith Son은 회의실 탁자 위에 시들어 있는 스테비아 묘목을 보며 “이 식물을 용서해야 한다. 시카고는 지금 추운 1월”이라고 사과하듯 말했다. 그녀가 우리 앞에 놓았던 이 작은 초록 잎에 회사의 전체 운명이 달려 있다.
파라과이에서 재배되고 있는 스테비아 묘목들. 스테비아가 완전히 자라면 나뭇잎에서 감미료를 추출할 수 있다.
스테이바의 단맛은 예상 밖이었다. 우선, 과일이 아닌 식물의 잎에서 추출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단맛이 입안에 남는 방식이다. 한 입 배어 물고 씹어 뱉었지만 몇 분이 지나도 단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손 본부장은 “마치 자연의 돌연변이 같다”고 설명했다.
스테비아의 신비한 맛을 내는 혼합물은 스테비올 글리코시드 Steviol Glycosides라 불리는 물질이다. 설탕보다100~350배 더 달지만, 잎의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업계는 그래서 이것을 고농축 감미료라 부른다. 단맛을 내지만, 설탕이 지닌 식감이나 질감 같은 다른 특징들은 없다.
스테비아는 대체재 발굴의 난제를 풀어 줄 해답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감미료들처럼 비극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일부 스테비오 글리코시드에서 지속적이고 씁쓸한 뒷맛과 금속성 질감, 감초 맛이 동반됐다. “마치 동전을 빠는 듯한 맛!”은 식품 제조사들이 제품 라벨에 표기하고 싶은 장점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 쓴맛의 해독제가 스테이바 잎에서 발견된 40개 이상의 다른 글리코시드 안에 숨겨져 있다고 믿었다. 스테비아를 만드는 퓨어리프 Pureleaf의 경쟁사 중 한 곳인 카길 Cargil의 과학자들은 쓴맛 문제 해결을 위해 제거할 수 있는 한 가지 글리코시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밝혀졌다. 각 화학물들이 독특한 단맛과 쓴맛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카길 과학자들은 최고의 맛을 내는 복잡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화학물의 맛을 분류하고 혼합해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카길에서 고농축 감미료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앤디오메스 Andy Ohmes는 “직감으로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카길은 비아테크 ViaTech라는 감미료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용 허가를 받은 9개 글리코시드의 배열을 달리하는 기술이었다. 렙 M Reb M처럼 최고의 맛을 내는 일부 글리코시드는 전체 스테이바 잎 가운데 1% 미만에만 존재한다. 카길과 퓨어서클은 배양 작업을 통해 이 물질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스테비아는 다른 결함도 갖고 있다. 일부 제품 제조사(Formulator)들은 “설탕의 맛과 더 흡사해 대체제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공 감미료보다 스테비아가 사용하기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펩시코 CEO 인드라 누이 Indra Nooyi도 “스테비아는 콜라와 잘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감미료와 마찬가지로 스테비아도 초기에는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알려져있던 글리코시드가 일반 음료수의 단맛을 70~80% 정도만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기업들이 일부 끔찍한 제품을 출시했다. 일정 시점이 되자, 스테비아 첨가량을 늘리면 판매 수익이 줄고 스테비아의 결함이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조제사들은 제품 칼로리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스테비아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글리코시드는 제품에 따라 각각 다른 효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렙 A Reb A는 차와 어울렸지만 레몬 맛과는 상극일 수도 있었다. 심지어 하나의 제품군에 딱 맞는 단 한가지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었다. 퓨어서클의 기술개발 및 혁신 본부장 존 마틴 John Martin은 “어설프게 원료를 짜맞추는 수준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모든 관련 기업들은 현재 감미료를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일례로, 콜로라도의 마이코 테크놀로지 MycoTechnolgoy는 버섯의 뿌리 시스템을 활용해 스테비아의 불편한 맛을 제거하고 있다. 밀빵(wheat bread) 같은 제품의 쓴맛을 없애 설탕의 필요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밀워키에 소재한 센시엔트 Sensient도 제조사들이 설탕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나무뿌리나 나무껍질 같은 천연 재료에서 설탕의 단맛을 향상시키늕 성분을 찾고 있다. 펩시코와 협업하는 세노미스 Senomyx처럼, 코카콜라와 협업하는 크로모셀 Chromocell도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시스템 접근법(Systems Approach)”-단일 요소가 아니라 여러 요소를 혼합하는 방법-이 천연 감미료 산업의 미래라고 확신하고 있다. 영국 식재료업체 테이트 앤드 라일 Tate & Lyle의 신제품개발 부사장 마이크 해리슨 Mike Harrison은 “앞으론 단일 재료만 사용한 제품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테비아 맛을 짜맞추거나 혼합하는 방식만으론 일부 사람들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필자가 시카고 외곽에 위치한 테이트 앤드 라일의 미국 지사를 방문했을 때, 현지 연구팀은 스테비아를 넣어 만든 큐컴버 라임 소다를 맛보고 있었다. 살짝 달았지만, 가볍고 신선했고, 약간의 씁쓸한 뒷맛도 남았다. 그러나 필자를 초대했던 해리슨을 힐끗 쳐다보았더니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건 마실 수 없어. 토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한 시간 후에도 그는 여전히 불편해 보였다. 해리슨은 입안에 남아있는 쓴 맛을 없애기 위해 탄산음료 루트 비어 Root Beer를 따서 마셨다.
그의 연구팀이 잘못을 한 건 아니었다. 해리슨이 유난히 맛에 민감한 탓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인구의 절반 가량이 스테비아의 쓴맛에 반감을 갖고 있다. 대중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회사는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해리슨은 “제조한 식품이 약 40%의 소비자에게 완전히 거부 당한다면, 그건 참을 수 없는 치명적 결함”이라고 말했다.전체 인구의 20%는 쓴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순전히 개인의 유전자 구성 때문이다. 테이트 앤드 라일의 감각 책임자(head of sensory) 존 스미드 John Smythe도 “쓴맛을 느끼거나 느끼지 않는 경계는 개인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다양한 형태의 글리코시드를 혼합한 스테비아의 새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제2세대 제품은 설탕만큼 밝은 색이 아니다. 와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스미드는 “약간 종이색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테이트 앤드 라일의 차세대 제품은 상용화될 날이 머지 않았다. 하지만 빠른 출시를 기대하지 말라. 지금 시점에선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럼에도 그 비싼 시제품은 단맛이 빠르게 녹지 않는다. 이는 스테비아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없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설탕 경험(Sugar Experience)이 맛의 강도 뿐 아니라 더욱 미묘한 측면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설탕의 단맛은 체내에서 급속도로 퍼지다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사라진다. 설탕을 복제한다는 건 그런 급등락의 성질까지 복제한다는 의미다. 스미드는 “설탕의 특성을 정확하게 복제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퓨어서클은 스테비아에 대한 기대치를 미리 정해두고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손 본부장은 “우리가 여러 혁신 제품을 출시할 때, 사람들은 ‘음, 이건 설탕 맛이 아닌데’라고 말할 수 있다. 맞다. 그건 설탕 맛이 아니다. 스테비아 맛이다. 우리는 이 둘의 맛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개인적으로 설탕이 아닌 다른 감미료를 먹을 때 인공의 맛을 느낀다. 뇌와 맛 감각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미드도 “우리는 ‘설탕과 유사한 맛이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과학적인’ 식품 생산은 진보의 정점으로 인식되어 왔다. 물론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그들이 먹는 식품이 ‘천연’이면서 단순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점이 저칼로리 감미료 발굴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함유된 원료가 더 적을수록 ‘더 건강한’ 제품으로 여긴다. 크래프트 Kraft와 펩시코에서 일해온 컨설턴트 알렉스 우 Alex Woo는 “목표는 어떠한 것도 첨가하지 않는 것”이라며 “만약 원료가 첨가돼야 한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은 ‘인공 맛이나 감미료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현재 직면한 딜레마의 핵심이다. 과학자 한 명이 어떻게 천연 감미료를 만들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카길은 발효 과정을 통해 가장 희귀하고 맛 좋은 일부 스테비올 글리코시드를 생산하려 하고 있다. 에버스위트 EverSweet라 불리는 이 제품은 현재 생산 비용 때문에 출시가 연기된 상황이다. 나뭇잎에서 추출되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천연 제품’으로 생각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동일한 의문은 에리스리톨 Erythritol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물질은 과일에서 발견되는 칼로리 제로의 당 알코올(Sugar Alcohol)로, 원료 회사들이 효모 발효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감미료다. 에리스리톨은 카길의 트루비아와 마찬가지로 범용 감미료에 속한다. 종종 스테비아와 혼합돼 설탕과 동일한 크기와 무게를 재현하기도 한다. 카길의 트루비아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A.J 아우목 A.J. Aumock은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에리스리톨이 얼마나 훌륭한 재료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화학물질처럼 들리는 에리스리톨의 명칭과 당 알코올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일부 당 알코올은 고상한 전문가들(Polite Circles) 사이에서 ‘위장 장애’로 알려진 증세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역주: 당 알코올은 체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혈당불균형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감미료로 간주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운 경련, 복부팽만감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스테비아도 ‘천연’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테비아는 분명 식물에서 나오지만 추출물을 가공 처리한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디바드는 “이 제품에 대한 ‘천연’ 논란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설탕이 스테비아보다 더 천연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천연’ 설탕 역시 사탕수수나 사탕무에 화학물질을 첨가해 만든다). FDA는 ‘천연’이라는 단어를 정의하지 않고 있다. 결국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의견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일부 소비자들은 순수 물질로 간주되는 제품을 선호한다. 자당(Cane Sugar)이 조금씩 다시 사용되는 이유다. 그들은 인공 대체제의 알려진 위험성보다 설탕 과다섭취에 따른 위험성을 오히려 용인하고 있다.
러트거스 대학 영양과학과의 맛 인지 전문가 폴 브레슬린 Paul Breslin 교수는 “천연 설탕 대체재들이 인공 대체재들보다 더 낫다고 가정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부 연구자들이 인공 감미료에 들어있다고 보는 모든 위험 요소들은 칼로리 제로의 천연 감미료에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위험 요소들은 장 박테리아와 관련이 있고, 포도당 과민증 같은 신진대사 장애를 일으키며, 사람들을 과식하게 만들기도 한다.
생리 및 건강을 연구하는 예일대 존 B. 피어스 연구소(John B. Pierce Laboratory)의 부소장 다나 스몰 Dana Small은 “우리는 전혀 실상을 모르고 있다”며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만 제대로 알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일례로 과거에는 단맛이 항상 칼로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했는데, 요즘에는 종종 그렇지 않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단맛 감각기는 입안과 장관(Intestinal Tract)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심지어 현재까지도 우리가 무엇을 대체하려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랜트 두보이스 Grant DuBois는 1992년 코카콜라에 입사했다. 그 땐 제2형 당뇨병(Type 2 Diabete) 위기가 급부상하고 있었다. 코카콜라의 원료 및 제품 과학 연구소장까지 승진한 유기 화학자 두보이스는 “곧바로 대체 감미료 시스템을 찾는 일이 내 업무의 중심이 되었다”고 말했다. 원조 콜라와 동일한 맛이 나는 다이어트 콜라 제조법을 찾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리고 1990년대 말이 되자, 그 방법이 반드시 ‘천연’이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이 추가되었다. 그는 “회사는 그 때 이미 음료수에서 인공 맛과 감미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보이스와 그의 팀은 식물에 기초한 원료 중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50개 이상의 가능성 있는 원료를 조사했다. 그러나 모두 결함이 있었다. 일부는 꽤 치명적이었다. 예컨대 남아프리카 식물의 추출물인 모나틴 Monatin은 설탕보다 3,000배나 더 달았다. 빛을 받으면 더러운 배설물 냄새도 났다. 두보이스는 “끔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완벽한 대체재를 찾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며 “내가 보기엔 금 발굴보다 더 가능성이 낮았다. 확률이 근본적으로 제로였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두보이스와 그의 팀이 맛 좋은 원료를 찾았더라도, 거기엔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인공 감미료 가격을 누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인공 감미료가 너무 저렴하다”고 잘라 말했다(심지어 설탕보다도 싸다). 두보이스에 따르면, 그가 코카콜라를 떠난 2011년에는 510그램짜리 콜라 24병을 생산하는데 설탕은 60센트, 액상과당은 50센트, 아스파탐은 5센트 비용이 들었다. 그는 “마진이 남아야 회사가 제품을 팔려 들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두보이스는 반대로 천연 감미료는 “지금도 매우 비싸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이윤에 심각한 영향이 미치고, 소비자 가격도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난관들-그리고 해답을 못 찾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식품 회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현재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두보이스는 “화학자들은 존재한 이후 줄곧 단맛이 나는 천연 성분에 매료돼 왔다”고 말했다.
나투르 원료 연구소(Natur Research Ingredients)는 브라제인 Brazzein 단백질로 만든 감미료 제품 크윗 Cweet을 개발해왔다. 아프리카 토속과일 오블리 Oubli에서 추출한 이 단백질은 설탕보다 2,000배나 더 단맛을 낸다. 캘리포니아 주 데이비스에 위치한 미라쿨렉스 Miraculex도 ‘기적의 과일’이라 불리는 베리에서 발견된 감미료 단백질을 실험하고 있다. 이 과일은 혀의 미각이 신맛을 단맛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준다.
테이트 앤드 라일은 이미 희귀한 설탕 알룰로스 Allulose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체내로 흡수되지 않아 살이 찌지 않는다. 설탕의 70% 정도 단맛을 내는 이 제품은 순수하고 깨끗한 맛이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학적으론’ 알룰로스가 설탕이기 때문에, 거의 제로 칼로리라 하더라도, 설탕에 맞춘 영양소 정보 라벨을 붙여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회사는 현재 FDA에 ‘예외적 지위’를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넣어놓고 있다.
최신 감미료 후보물질은 중국에서 발견된 몽크 과일에서 나왔다. 맛은 좋지만 지금까지 상용화된 제품 가운데 가격이 가장 비싸다.
일정 정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식물 추출 대체재도 있다. 몽크 과일 또는 나한과(Luo Han Guo)라 불리는 과일 추출물이 그것이다. 멜론과에 속하는 이 과일은 중국에서 재배된다. 과일 맛이 종종 스테비아와 혼합돼 쓴 맛을 부드럽게 해주기도 한다. 설탕보다 5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단독으론 거의 쓰이지 않는다. 몽크 과일과 스테비아를 생산하는 길린 레인 Guilin Layn의 미국 자회사 대표 일레인 유 Elaine Yu는 “회사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유효성분(Active Ingredient)인 모그로시드 V Mogroside V의 생산량을 배양기술을 통해 두 배로 늘리려 하고 있다. 연 1회가 아닌 2회 수확도 시도 중이다.
그럼에도 유는 “항상 다른 대체재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그녀는 중앙 아메리카 출장 동안, 가능성 있는 나뭇잎을 맛보기도 했다. 지금은 샘플을 얻기 위해 직원을 파견한 상황이다. 그녀는 “우리는 단맛이 나는 것이면 무엇이든 찾아내 분석을 의뢰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설탕을 보완하는 게 그것을 대체하는 것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라고 믿고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독스매톡 DouxMatok은 제약업계의 ‘표적약물 전달(Targeted Drug Delivery)’ 연구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화학요법 약물을 캡슐화해 종양에 닿을 때만 분사되게 한다면, 표적까지 가는 도중 나타날 수 있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독스매톡은 비슷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무기물을 설탕으로 감싸면, 단맛 수용기에 이를 때까지 무기질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회사는 그 여정에선 무기질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50%의 설탕을 줄여 사용해도 동일한 수준의 단맛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설탕 99.5% 이상인 독스매톡 제품은 항상 설탕처럼 정확히 작동하진 않았다. 맛은 동일했지만, 예를 들어 기름 용액이나 고온의 요리에서 적절한 반응을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고안해야 했다.
한편, 네슬레는 근본적으로 설탕 내부를 파헤침으로써 설탕의 화학적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혁신본부장 스테판 캐시카스 Stefan Catsicas는 설탕 입자를 상자로 묘사했다. 우리는 입안에서 설탕의 외부만 맛본다. 음식물 내부의 설탕이 입안에서 단맛을 느끼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음식물 전체를 삼킨다. 캐시카스는 “우리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입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인식해 삼킨 것의 맛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면 설탕 사용량을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트레이드 오프 Tradeoff * 역주: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지금쯤이면 항상 장단점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라면, 대부분 음식에 존재하는 수분이 이 구조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운 좋게도 네슬레의 초콜릿은 수분이 없는 식품 중 하나다.
모든 사람들에게 훨씬 더 쉽고 명백한 해결책이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설탕을 덜 쓰면 어떨까? 컨설턴트 우는 “우리가 설탕에서 멀어지면, 설탕 맛을 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설탕에 대한 기대치가 선천적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미국 제품은 유럽보다 더 단맛이 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1리터 크기의 미국 닥터 페퍼 Dr Pepper에는 108그램의 설탕이 들어있다. 반면 동일한 크기의 영국 제품에는 73그램만 들어간다. 그렇다면 미국 시장에서도 설탕 기준을 낮추면 어떨까?
일부 대형 식품 및 음료수 제조업체들이 제품에 함유된 설탕량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미 200개 이상의 음료 제품에서 설탕을 줄였다. 펩시코는 2025년까지 전 제품의 최소한 3분의 2에서 340그램당 열량 100칼로리 이하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펩시 캔 하나에는 150칼로리가 들어있다). 제너럴 밀스 General Mills도 시리얼과 요구르트 제품의 설탕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네슬레와 닥터 페퍼 스냅플 또한 이와 관련된 공약을 해왔다.
이에 대한 도전은 주로 나머지 경쟁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두보이스는 “업체들은 소비자가 20% 적은 단맛 때문에 경쟁사로 옮겨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네슬레의 대외업무 총괄사장 폴 바쿠스 Paul Bakus는 필자에게 “우리 회사는 영양적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지키는 것과 맛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 사이에서 좁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경쟁 우위를 지키면서도 가능한 모든 제품에서 설탕을 줄이기를 원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이 절차와 규칙 혹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경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업계가 영국의 나트륨 축소 프로그램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2005년 영국의 식품업계는 주요 제품 카테고리에서 8년 동안 나트륨을 50%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 결과 2011년에 전국적인 나트륨 소비가 15% 떨어졌고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도 40%나 감소했다. 영국은 현재 유사한 협력으로 ‘설탕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런 캠페인을 시도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감독당국은 소비자와 식품 회사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온 ‘달콤한 동거’를 방관할 공산이 크다. 소비자는 계속 완벽한 해결방안을 요구할 것이고, 식품 회사는 계속 약속할 것이다. 미래의 기적은 항상 잡힐 듯 말듯한 가능성에 그칠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Beth Kowi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