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음식물에 동물 사체까지…갈길 먼 분리수거

/연합뉴스
쓰레기를 재분류하는 작업을 하는 김강만(48)씨는 최근 한 쓰레기 봉투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봉투 안에 썩어가는 냄새를 풍기는 애완동물 사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놀라 제대로 확인도 못 했다는 김씨는 “썩는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가끔 음식물쓰레기가 있는 경우가 있어 그런가 보다 했다”면서 “동물 사체를 손으로 일일이 분리해내는 일은 한번 경험하고 나면 누구나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995년 쓰레기종량제와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자원순환센터나 재활용선별장 등에 따르면 분리수거를 통해 수거되는 재활용 쓰레기 중 순수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절반이 채 안 된다. 선별작업을 거치면서 50% 이상이 잔재폐기물로 분류돼 톤당 7만~8만원가량의 돈을 주고 재생에너지발전소나 시멘트공장 등에 넘기고 있다. 서울의 한 재활용선별장 관계자는 “음식물 찌꺼기나 생활쓰레기가 섞이면 재활용쓰레기가 오염돼 쓸 수가 없다”며 “아무리 세척해도 미세한 잔존물이 남으면 재활용으로 판매할 수 없어 비용을 내고 처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해서 버리지 않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아파트처럼 정해진 날 모든 주민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곳들은 상대적으로 낫지만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 등이 모여 있는 주택가는 갈 길이 멀다. 주택가 골목길 재활용 쓰레기통의 경우 먹다 남은 음식이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기 일쑤다. 서울시 관계자는 “음료수 캔에 담배꽁초 등을 넣어 버리면 일일이 제거해야 재활용할 수 있다”며 “조금만 신경을 써서 쓰레기를 버리면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텐데 참 아쉽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쓰레기통 설치를 꺼려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도 꽤 많다. 서울시의 한 구청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은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자기 집 앞이나 가게 앞에 설치하는 것은 싫어한다”며 “구내 한 동에 일반쓰레기통과 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한 분리수거용 쓰레기통 비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떤 주민들은 이미 설치돼 있는 쓰레기통마저 치우라고 연일 전화해 민원을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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