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빨라진 美 긴축시계… 소프트랜딩 플랜 필요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채를 비롯한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양적긴축’ 단행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양적완화 정책으로 사들인 3조5,0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각하면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시중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이번 금리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어서 국제금융시장도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사정은 달라진다. 연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 3%대 인상과 양적긴축을 예고한 만큼 돈줄 조이기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르면 9월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수준은 역전된다.


미 통화 긴축은 글로벌 경제에 전방위 파급 효과를 낳는다. 금리 인상은 미 경제 회복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세계 경제에도 일단 긍정적이다. 달러 강세는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에도 보탬이 되는 측면이 있다. 반면 신흥국 금융시장의 동요 가능성은 위험 요인이다. 해외자본의 엑소더스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휘청대면 우리 수출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자본유출 위험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미국발 긴축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도록 완충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역시 관건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 때 한은은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금리를 인상하곤 했다. 이주열 총재가 며칠 전 긴축 신호를 보낸 연유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탄탄한 성장궤도에 진입하면 모를까 미국의 공격적 긴축에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면 최악이다. 통화당국이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겠지만 김동연 거시경제팀이 성장 회복과 대외 리스크 관리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에 화약고나 다름없는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 마련이 급선무다. 한은이 긴축 선회할 때까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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