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소득 분위별 이자 부담 증가 규모 시산치’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0.5%포인트 오를 경우 전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각각 2조3,000억원, 4조6,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예대마진 확대를 추구하는 금융권은 통상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많이 대출이자를 올린다는 사실이다. 가계가 받을 충격은 이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린 직후 올 1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미국 정책금리 인상 폭의 2배 가까이 올랐다. 저축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4배 가까이 상승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른 시일 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출금리 상승 압박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전체 가계 빚 부담도 문제지만 한계가구의 부담이 특히 무거워진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한계가구의 이자비용은 연간 평균 913만원, 3%포인트 상승할 경우 1,135만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경우 각각 이자비용이 364만원, 476만원 늘어난다는 점과 함께 보면 한계가구가 추가로 지게 되는 부담은 버거운 수준이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은 한계가구 수를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의 분석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81만5,000가구인 한계가구는 대출금리가 3%포인트 오를 때 12만4,000가구 늘어나 총 193만9,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에서 소득도 10%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한계가구 수는 214만7,000가구까지 급증한다.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비용이 커지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도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가계 빚 부담으로 인해 장기간 침체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