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나 마찬가지인 핀테크 산업에 대해 금융당국이 ‘규제냐 육성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간편 송금이나 개인 간 거래(P2P), 블록체인 등과 같은 핀테크 산업은 이미 미국이나 영국, 심지어 중국까지 가세할 정도로 미래 먹거리다. 하지만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가 최근 해킹을 당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고가 터지면서 검찰 등 사법당국이 금융당국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더 필요하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웹호스팅 업체 인터넷나야나를 랜섬웨어로 공격한 해커가 비트코인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법당국은 가상화폐가 범죄자들의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비트코인 규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려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핀테크 산업이 초기 단계인데다 관련 제도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 카드부터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 핀테크 업체들이 적극적인 육성책이 없다며 금융당국에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에서 ‘균형점’이 어디인지도 불명확한 형국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국은행 등 관련 부처와 ‘디지털 통화 제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의욕적으로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가계부채 대책 등 현안에 밀려 핀테크 산업 육성 이슈가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내부나 핀테크 업체들은 이 같은 불리한 조건을 뚫고 나서줄 ‘영웅’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