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기정사실화하고 야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사실상 강행하기로 하면서 야권이 국회 일정 전면 중단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 관계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문 대통령 지지세가 뚜렷한 호남 기반 국민의당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데다 각 당내에서도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견이 갈려 전면적인 대여 투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강 후보자 임명을 공식화하는 한편 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후보자는 제가 보기에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부 장관들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강 후보자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공식화하고 야당을 작심 비판한 데는 강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인 일반의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9일 전국 유권자 505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강 후보자의 임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2.1%로 반대한다는 의견(30.4%)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야권은 이 같은 문 대통령 발언은 독선과 오만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너무 오만하다”며 “오히려 여당이 야당의 발목을 잡으며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치와 상생으로 가느냐, 대치와 파국으로 가느냐의 분수령”이라며 “힘을 가진 쪽에서 지지율에 기대 잘못된 판단을 하면 협치가 설 땅이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각한 인식의 오류다. 청와대가 국회와의 관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데 대해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2주도 남지 않아 강 후보자의 지명을 무작정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