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박진수 부회장
롯데화학BU장 허수영 사장
국내 대표 화학기업인 LG화학(051910)과 롯데그룹 화학 사업 부문의 최고경영자(CEO)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사업부문장의 남다른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011170)이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끈 박 부회장과 허 부문장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박 부회장과 허 부문장은 지난 1970년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동기 동창으로 ‘화학 인연’이 40여년간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입사 시기도 비슷하다. 박 부회장은 1977년 LG그룹에 입사한 뒤 LG화학에서 40여년을 몸담고 있으며 허 부문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이 창립한 1976년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 기업이라는 관계가 불편할 법도 한데 두 최고경영자는 협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친분을 과시할 정도로 가깝다”고 말했다.
동기 동창인 만큼 비슷한 점도 많다. 격식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소탈한 성격과 현재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슷하다. 허 부문장은 늘 ‘업황은 그저 왔다 갔다 할 뿐 실력을 쌓는 것이 중요함’을 입버릇처럼 말한다. 박 부회장 역시 기업을 하늘에 떠 있는 풍선과 비교하며 ‘외부 환경이 어렵더라도 늘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풍선 같은 기업이 돼야 함’을 강조한다. 화학산업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인 만큼 외부 환경과 상관없는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두 CEO는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최근 1~2년간 기업의 체질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두 CEO의 경영 전략은 사뭇 다르다. 박 부회장은 화학기업의 운명은 연구개발(R&D)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화학제품만으로는 업황에 따라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 보완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등 대형 배터리 사업과 함께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핵심 부품인 여과필터, 농화학 분야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전통적 화학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제품 다양화와 원재료의 다각화를 통해 다가올 ‘다운사이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인수를 비롯해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현재는 3조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분해시설(ECC)을 건설하고 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중심의 국내 화학사들의 가장 큰 변수가 나프타의 원료인 원유가격 변동인데 원재료를 다양화해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