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총 147조원. 이 중 23.3%에 해당하는 34조2,000억원이 DC형으로 전년(28조4,000억원·22.5%)보다 늘었다. DB형은 99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86억3,000억원)보다 13조원 가량 줄었다.
퇴직연금 시장이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은행과 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증권들이 운용하는 비중은 약 24조원으로 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연금 시장 규모는 1,000조원을 훌쩍 넘기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 특성 상 보수적인 투자를 하다 보니 은행, 보험사들과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시장 축소로 증권사들은 또 다른 수익원을 위해 연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저성장 사회에서 퇴직연금 시장이 DC형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조직개편, 상품확충 등 자금 유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연령대별 포트폴리오를 변화하는 상품이나 자문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 중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연금랩을 출시했던 미래에셋대우(006800)는 퇴직연금랩 서비스를 통해 투자자 나이에 따라 투자 유형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라이프 사이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자산배분 퇴직연금랩은 퇴직연금에 랩어카운트와 글로벌 자산배분까지 접목해 상품선택은 물론 사후관리까지 해주고 있다. 2010년 출시 이후 6,000억원 가량 판매됐으며, 증권업계 최초로 확정기여형 DC운용관리 적립금이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삼성증권(016360)은 ‘연금펀드 토탈케어서비스’를 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연금펀드에 대한 성과와 시장전망을 매달 메일이나 문자로 알려주며 교체상품에 대한 리밸런싱까지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HMC투자증권(001500)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연금계좌 모델포트폴리오(MP)를 제공한다. 투자자별 성향에 따라 수익추구형, 위험중립형, 안정추구형 등 세 가지로 나눠 MP를 추천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DC형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고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올해에는 개인연금랩이나 퇴직연금랩이 더욱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