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실험대상인가 전위대인가] "靑 힘빼고 장관 인사권 보장해야"

전문가 "외부견제 강화" 지적

“내 뜻대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던 공공기관 자리는 3분의1 정도밖에 안 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장관을 지낸 고위관료의 얘기다. 나머지는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이 마음대로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뜻이다.


물론 법적으로는 공공기관장은 담당 부처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원들의 경우에도 주무 부처 장관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와대에 인사권이 있다 보니 청와대의 의중이나 국정철학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관료사회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새 정부의 철학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공공기관에 대한 청와대의 지나친 인사 개입을 줄이고 외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껍데기만 남은 장관의 인사권을 보장해주고 청와대부터 힘을 빼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법대로만 해도 국민이 주인인 공공기관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공기업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정권이 바뀐 뒤 나눠 먹기 식으로 이뤄지는 공공기관 인사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현재 감사원이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3개 공공기관에 대한 채용 비리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물갈이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공공기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진짜 주인은 5년만 있다 가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공공기관의 경영비용 상승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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