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야권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강경화 카드’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초대 법무부 수장에 파격 임명된 강금실 전 장관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기수를 파괴하면서까지 비(非)검찰 출신의 첫 여성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의 승부수를 던졌듯이 문 대통령도 정권 초 외교부 개혁을 위해서는 상징성 있는 인물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강 장관이 이희호 여사 영어 개인교사를 했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영어통역을 맡았던 상징성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강 후보자를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에 지명하자 참여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에 빗대어 ‘제2의 강금실’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강 장관이 외교부의 굳건하던 유리 천장을 깨뜨렸듯 14년 전 강 변호사도 철옹성 같던 법무부의 첫 여성 장관 타이틀을 따냈다. 특히 강금실 장관은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보다도 사법연수원 기수로 까마득한 후배인데다 검찰이 아닌 판사 출신이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인사실험이었다. 참여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검찰 외부 출신과 기수 파괴, 여성 등 기존의 여러 기득권을 깨뜨릴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 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에게 강 변호사를 추천한 사람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강효리(강금실+이효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강 장관을 앞세워 검찰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러 문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한 강경화 장관도 기존 외교부의 주류 기득권을 깨뜨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첫 여성장관으로서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만큼 서울대와 북미국 라인에 편중된 외교부를 개혁할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역대 외교부의 장·차관을 포함한 핵심보직은 북미국을 거치며 대미외교에 잔뼈가 굵은 외교관 출신들이 독점해왔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새 정부의 외교 노선을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기존 양자외교에서 다자외교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외교부 개혁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문 대통령은 이날 강경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외교부가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돼 있다. 4대국을 넘어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외교 노선 전환과 외교부 개혁을 주문했다.
여권의 한 고위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사는 무엇보다 ‘메시지’가 생명”이라며 “문 대통령이 집권 초반 강금실 장관을 포함해 상징성 있는 인물로 개혁작업의 신호탄을 쐈던 노 전 대통령의 수를 배운 듯하다”고 평가했다.
강금실 전 장관도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경화 후보자는 아시아에서 앞서 가는 한국을 위한 외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극찬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