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일선 은행 지점장 김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 패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992년 은행원으로 입사해 경기도 한 지역 지점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3년 우울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여신 실적 부진, 대출 고객의 금리 인하 요구 등 문제에 직면해 있었으나 회사로부터 특별히 심한 질책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고인은 영업실적 등에 관한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로 중증의 우울감을 겪게 됐고 스스로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았음에도 지속된 업무상 부담으로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증세가 급격히 악화됐다”며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 취약성이 자살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하태흥 부장판사)도 건설업체 애프터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다가 숨진 직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하자보수 요구 등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살에 이른 만큼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노현섭·이종혁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