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사들이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가 연간 7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판매 수수료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면 월 기본료 1만1,000원의 일괄폐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판매 수수료가 줄면 2만5,000여개 휴대전화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폐업해 수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나 이통사 모두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18일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 3사가 일선 대리점에 지급한 판매수수료는 약 7조원 가량으로 월 기본료를 일괄할 때 발생하는 예상 손실액과 맞먹는 규모였다. 통신사별로는 KT 1조9,680억원, LG유플러스 1조4,655억원을 각각 지출했고 SK텔레콤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5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감안하면 3조5,000억원이 넘는 판매수수료를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도 “SK텔레콤은 지급수수료가 높아 충성도가 높은 대리점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판매수수료는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선진화법(단통법) 시행 이후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KT의 경우 지난 2014년 판매수수료가 2조8,218원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1조8,565억원으로 1조원 가량 급감했다. 그러다 2016년 1조9,680억원으로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2014년 2조1,160억원에서 2015년 1조3,268원으로 줄였다가 2016년 1조4,655억원으로 늘렸다. 특히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가입자 뺏기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2014년에는 이통 3사가 판매수수료로 지출한 비용만 10조원에 육박했다.
판매수수료는 휴대전화 단말기 종류에 따라 책정된 판매장려금(리베이트)과 고객이 매달 납부한 요금의 7~10% 정도에 해당하는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또 몇몇 매장이 특정 단말기의 재고를 털고 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해 음성적으로 제공하는 불법 리베이트도 판매수수료 항목에 포함된다.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 후에도 특정 단말기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금액을 시간 단위로 바꾸는 방식으로 단말기 재고를 조절한다.
전직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시장이 성장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통사 입장에서는 판매점에 리베이트를 주고라도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유리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시장이 포화되고 번호이동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통사들도 판매수수료를 낮추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과 같이 단말기와 유심칩을 고객이 직접 구입해 온라인으로 개통하면 판매수수료만큼의 통신요금 거품이 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매출 역성장 가능성과 영업점 반발 등을 이유로 판매 수수료를 없애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이 줄폐업할 경우 결국 화살은 이들을 먹여 살렸던 이통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새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주장하면서도 유통구조 개편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대리점 구조조정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보다 훨씬 위험한 사안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통구조를 개선해 판매 수수료를 낮출 경우 관련 업체들의 반발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이통신유통협회는 최근 “기본료를 폐지하면 전국 2만5,000여곳 매장 중 절반이 문을 닫고 일자리 약 4만개가 사라진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상인 및 골목상권 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지정했지만 기본료 폐지 강행은 이 핵심 과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들 사업자에게는 생계가 달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관련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