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FOCUS|로봇은 친구일까 , 적일까?

THE FUTURE OF WORK|IS THIS ROBOT A FRIEND OR A FOE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젠 중소기업도 저렴해진 자동화 제조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자리에 어떤 의미를 던져줄까?


리싱크 로보틱스가 만든 이 ‘협업 로봇(collaborative robot)’은 과거 한 사람이 연간 2,400시간 투입해 하던 부품 포장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30년 간 8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지켜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분노와 좌절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세금감면, 규제완화, 무역협정 재협상·폐지를 통한 일자리 재창출을 공약 했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 미국 내 공장들을 부활시킨다고 해도, 중국이나 멕시코와 관련 없는 위협들은 계속 상존하게 된다: 로봇이 오랜 기간 평범한 노동자들이 해온 일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로봇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최대 폭의 상승세가 나타날 지도 모른다. 미국 로봇산업협회(the Robotic Industrie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로 유입된 제조용 로봇은 3만 4,600대로, 2005년 판매된 로봇 1만 8,200대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가격이 떨어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로봇 사용은 가장 깊숙이 자리잡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포장 식품 및 제약 산업에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로봇 판매가 세 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Boston Consulting Group(BCG)에 따르면, 향후 10년 가운데 초반에는 가구 제작처럼 자동화하기 힘든 일부 구식 산업계에서도 로봇의 가성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BCG 로봇산업 관련 파트너 저스틴 로즈 Justin Rose는 “미국 제조업에 큰 획을 그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 대담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지난 수십 년 간, 로봇의 설치와 운영 비용은 오직 거

대 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했다. 엔지니어팀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수백 시간을 투입해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고, 한 대를 굴리는 데 10만 달러나 들었다. 근로자 안전 보장을 위해 커다란 철창 안에 설치했기 때문에 공간 또한 많이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더 빠르고 저렴한 차세대 로봇이 부상하면서 중소 규모의 공장들도 로봇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요즘은 로봇 한 대 당 2만 5,000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사용도 더 쉽고 안전해졌다. 좀 더 직관적인 소프트웨어와 스마트해진 시각화 기술, 더 작은 칩, 향상된 센서, 로봇이 사람의 터치를 인식해 반응하게 해주는 스프링 같은 소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안전 철창이 필요 없어 사람 옆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로봇은 터치 스크린에 의해 작동된다. 다른 임무 수행을 위해 용도를 바꾸기에도 용이하다. 일부의 경우에는 단순히 로봇의 팔을 움직여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 ‘보여주는’ 프로그래밍도 있다.

클리블랜드 소재 아웃도어 장비 제조업체 스탠바이 스크루 Standby Screw는 최근 리싱크 로보틱스Rethink Robotics라는 기업에서 로봇 2 대를 구입했다. 이 회사 판매 책임자 드루 라브큐이치 Drew Rabkewych는 “한 시간 만에 우리 CEO 책상 위 물건을 옮기는 것을 로봇에게 가르칠 수 있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업체 직원들은 부품을 세척해 박스에 포장하는 법을 빠르게 로봇에게 가르쳤다. 사람에겐 부품 하나를 포장하는 데 연간 2,400시간 걸리는 작업을 로봇 한 대가 대체했다. 스탠바이 스크루는 지난해 매출이 곤두박질 쳤을 때에도 시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라브큐이치는 “자동화와 프로그래밍이 미국 제조업의 미래”라고 말했다.

저숙련 노동자에겐 나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자동화로 인해 전세계 160만 개의 제조·생산업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교육을 받고 적응이 빠른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공학, 분석기술, 창의적 디자인 분야에서 추상적인 판단력과 전문성을 요하는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코디네이터, 장비 설치자, 모바일 서비스 기술자 같은 직업을 생각해보라.


비커스 엔지니어링 Vickers Engineering은 정밀기계 부품을 제조해 자동차, 석유 및 가스 산업에 공급하는 미시간 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도 로봇을 도입해 노동력을 탈바꿈시켰다. 비커스는 자동화 이후 10년 간 매출이 기존 8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올랐고, 공장 노동자 임금 비용도 3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직원은 100명에서 180명으로 늘었다. 요즘은 그들 중 3분의 1만이 반복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나머지는 사업운영 또는 기계 엔지니어링, 유지보수, 품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임금은? 이들 직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6만 5,000달러에서 10만 달러까지 연봉을 받고 있다. 반면 공장 작업자 같은 근로자들의 연봉은 2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스크 포스 팁스 Task Force Tips도 2013년 로봇 4대를 이용해 소방서에 공급하는 워터 노즐 생산공정을 자동화하면서 같은 종류의 변화를 겪었다. CEO 스튜어트 맥밀런 Stewart McMillan은 “생산성과 매출 증대를 달성했지만, 250명 직원의 임금을 인상할 필요는 없었다”며 “다섯 명이 매달려 지루한 일을 하기 보단, 한 명이 로봇 다섯 대를 가동해 품질 문제 없이 제품 생산을 끝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봇은 매일 일하러 오고, 감기도 안 걸리고, 사람들이 머리를 쓸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도 준다”고 덧붙였다.

맥밀런은 제조업 일자리가 오프쇼어링 *역주: 아웃소싱의 한 형태로, 기업들이 경비 절감을 위해 생산, 용역, 일자리 등을 해외로 내보내는 현상 때문에 사라진다는 단순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BCG에 따르면, 기업들이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다시 옮기려 해도, 중국에선 60~70명의 인력이 필요한 일이 미국에선 자동화 때문에 6~7개 일자리면 충분한 상황이다. 맥밀런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즈 BCG 파트너는 “미국이 새로운 제조기술을 받아들여야만 세계 제조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차지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국내 공장 일자리도가 순증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건 어정쩡하게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장을 하나 지어 사람들을 일자리에 투입하고 은퇴할 때까지 일하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현대의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계속 기술을 익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로즈는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을 받아들여 직원들이 급변하는 기술에 앞서갈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방정부는 고숙련 노동을 요하는 일자리를 위한 인턴십과 대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오하이오 같은 주는 센터를 열어 첨단 제조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인력 교육은 여전히 기업의 몫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공통적으로 필요한 일자리 교육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태스크 포스 팁스 같은 기업들은 고유 직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회사가 25만 달러를 투자해 현장 교육 시설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이 곳에서 머신 툴링, 프로그래밍, 수리학, 계측학, 컴퓨터 활용 디자인, 로봇 관련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다.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 받은 맥밀런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주요 고숙련 직원들의 이직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로봇은 지금까지 자동차와 부품 제조업에서 널리 사용돼왔다. 하지만 BCG 같은 컨설팅 업체들의 전망에 따르면, 자동화 공장기술의 가격 하락 덕분에 다른 업계도 로봇을 널리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JENNIFER ALS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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