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위한 로우킥(Law-Kick)]상대업체가 말 뒤집으면 낭패...문자·이메일 계약증거 남겨야

<2>구두계약
건설업체와 구두계약만 하고
방음벽 시공사 자재 조달불구
공사 중단에 발주 취소 당해
대화 녹취록 확보후 訴 제기

방음벽 시공회사인 A사와 건설업체 B사 사이의 질긴 인연은 지난해 5월 전화 한 통에서 비롯됐다. 당시 A사는 “세로형 방음벽을 주문하고 싶다”는 B사의 전화를 받았다. B사는 지금까지 A사와 한 번도 거래하지 않은 곳이었다. 게다가 세로형 방음벽은 건설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자재가 아니었지만 “공사 일정상 급하게 필요하다”는 B사의 말에 A사는 B사와 구두 계약을 맺고 곧바로 자재 조달에 나섰다. 건설현장에서 구두 계약은 자주 이뤄지는 일이라 A사는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180도 바뀌면서 A사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주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B사가 “발주를 취소한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도의상 다른 용도로 세로형 방음벽을 쓰겠다는 B사의 제의를 양사가 한때 논의하기도 했으나 진척은 없었다. A사는 곧바로 B사를 상대로 ‘자재 납품비용을 지급하라’는 소송에 나서고 싶었으나 결정은 쉽지 않았다. 말로 맺은 계약이라 소송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비싼 수임료를 지불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기에는 회사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A사는 고민 끝에 법무부 9988중소기업 법률지원단의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이아린 법무법인 재유 부산분사무소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A사의 법률자문을 맡은 이 변호사는 소송 준비와 동시에 먼저 구두 계약을 입증할 만한 증거 찾기에 나섰다. 구두로만 맺은 계약이라 실제 양측이 계약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아서였다.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는 구두 계약은 통상 건설현장 등에서 자주 쓰이지만 상대방이 발언을 뒤집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결국 A사는 양사 직원이 방음벽 처리 문제를 두고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확보했고 올해 초 B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몰아넣었던 말 한마디가 A사를 벼랑 끝에서 되살릴 ‘동아줄’이 된 셈이다.

이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구두 계약을 맺더라도 반드시 휴대전화 문자나 이메일 등의 증거를 남겨야 한다”며 “양측 사이의 계약 성립을 입증하는 게 법적 분쟁에서 승부를 좌우할 핵심 열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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