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 수서철도주식회사가 운영하는 SRT가 개통했다. 개통 6개월 만에 이용객 약 850만명을 돌파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속철도 민영화 정책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의 고속철도 ‘경쟁’ 정책이 효과를 거둔 듯 보인다. 과연 그럴까. 통상 SRT와 KTX는 경쟁 관계라고 얘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짜경쟁에 불과하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SRT 이용고객의 88.1%가 ‘역까지의 접근성’ 때문에 SRT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SRT 이용고객의 약 80%가 강남권 지역 주민이다. SRT는 사실상 지역 독점인 셈이다. SRT 개통으로 강남 대 비강남의 지역 이원화를 초래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까닭이다.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한 SRT 요금 10% 인하 결정에 따라 서울~부산 간 KTX와 수서~부산 간 SRT의 가격 차이는 최대 7,200원이 난다. 하지만 영등포나 의정부에 있는 사람들이 택시를 타면서까지 수서에 가서 SRT를 타지는 않는다. 이 요금 인하 혜택의 대부분은 강남권 주민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다.
코레일도 KTX만 놓고 보면 수천억 흑자를 거두고 있어 요금 인하가 가능하다. 다른 점은 코레일의 경우 KTX의 흑자분을 새마을호나 무궁화호의 적자 노선을 교차 보조해야 하는 공공서비스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 단순하게 말하면 SRT를 이용하는 강남 사람들은 10% 혜택을 보지만 SRT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강북 사람들이 오히려 교차 보조를 지원하는 꼴이다.
SRT와 KTX는 가짜경쟁이라는 근거도 또 있다. SRT는 강남·수서 권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강남·수서 사람들이 이용하는 점이다. KTX가 강남·수서 권역에서 개통됐다면 고객들은 KTX를 이용했을 것이다.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돼 평가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에서 철도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운영과 시설을 분리한 상하분리 정책은 물론 고속철도 경쟁체제 정책이 과연 한국 철도의 경쟁력을 강화했는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 더 늦기 전에 상하분리 정책과 경쟁 정책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을 위한 진정한 철도 정책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