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한다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 지난 후 시장은 규제 이전으로 되돌아갑니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청약·대출·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대체로 강도가 약해 일시적으로는 거래가 주춤할 수 있지만 몇 달 후에는 다시 집값 상승세가 규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9일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청약·대출·재건축 등 주택시장의 주요 분야에서 규제가 강화돼 당분간 거래가 둔화되고 투자자들의 숨 고르기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에서 서울의 조정 대상지역을 기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25개 자치구 전체로 확대하고 이 지역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과 관련, “과거에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바로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쳤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도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남 재건축단지들에 대해서도 올해 말 예정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종료 시점이 다가올수록 투자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 가격 상승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을 예측했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이 월별 거래량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부산·대구 등 비(非) 조정 대상 지역의 일부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세자릿수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열기가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면서 일반 주택 매매 거래량에 비해 분양권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느슨한 청약 제도를 노려 전매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 수요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최근 가계부채 관리 영향으로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이 원활치 않은데 이번 대책으로 집단대출에 DTI가 적용되고 LTV·DTI 기준이 강화되면 청약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대책이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 예상되는 미국발 금리 인상, 입주 물량 증가 때문에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LTV·DTI 규제를 다소 강화한다고 해서 입지가 좋은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며 “일부 극소수 투기 세력은 영향을 받아 일시적으로는 거래가 주춤해지겠지만 얼마 지나면 시장의 반응이 규제 이전과 같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대책 면면을 보면 강력하게 대폭 변화를 준 것은 아니어서 서울과 부산 등의 과열이 어느 정도 진정될 수는 있어도 수요는 계속 집중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예상보다 계속되면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부동산시장에서 소외돼온 서울 강북, 지방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집값이 조금 더 올라도 되는 서울 강북과 상승세를 억제해야 하는 강남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문제”라며 “지방 역시 집값 하락세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 해결을 위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안성용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차장은 “이번 대책에서 주택 공급 확대 내용이 빠졌는데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을 억제하더라도 전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 값이 오르고 매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있으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갭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경훈·이완기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