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유엔난민기구와 법조계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박해를 피해 떠도는 난민이 지난해 6,560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을 찾는 이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말 기준 6,861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부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하는 등 난민 제도가 잘 갖춰진 편이다.
그러나 국내 난민 인정률이 4%가 채 되지 않는 등 길고 복잡한 난민 신청 절차와 난민 인권 문제는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특히 입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려 보내지기 전 잠시 머무르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과 출입국항 난민인정심사회부제도를 놓고 잡음이 무성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대표 문제 중 하나는 출입국항(공항)에서 이뤄지는 난민인정심사회부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다. 공항에서는 난민 신청자가 실질적인 심사를 받도록 ‘회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곳임에도 현재는 이 재량 밖, 다시 말해 ‘난민인정심사’에 준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률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행정 당국은 난민이 아닐 것 같은 ‘의심’만으로 난민신청자에게 불회부 결정을 남용하고 있다”며 “출입국항에서의 불회부 심사는 본격적 난민인정 심사가 아님이 명백하기 때문에 출입국항에서 실질적 난민 심사를 해서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제송환하는 건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난민심사 절차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은 난민협약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빈번히 발생하는 난민신청서 접수 지연도 문제다. 김 변호사는 “난민인정심사회부제도의 취지가 입국 전 신속한 절차로 자격 있는 신청자가 단시간 내 난민신청자 지위를 확보하게 하려는 데 있다”며 “그렇다면 난민심사 회부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출입국 당국은 난민신청서를 바로 주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신청서를 제공해 난민신청자가 송환대기실에 머무는 기간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촘촘하지 못해 빚어진 법률 공백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불회부 결정으로 난민인정 심사 기회가 박탈된 난민 신청자들의 불복 방법과 처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사실상 입법 공백이라는 말이다. 인권위는 올해 초 법무부에 심사 불회부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남용 우려’와 ‘심사 효율성 저해’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입국불허 처분을 받은 난민 신청자들은 비자 문제 등 통상적 이유로 입국불허 처분을 받은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송환대기실로 향한다. 송환대기실 내 난민신청자 장기 구금 문제가 빚어지지 않도록 법률상 근거를 명확히 갖춰야 한다는 게 법률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법무부는 ‘구금’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송환대기실에서 제한되는 자유는 거주이전의 자유이지 신체의 자유가 아니고,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구금시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