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간편하게 동물사랑…‘뷰니멀족’을 아시나요?

양육비용·시간적 부담 이유
'분양' 대신 '관찰하기' 선택
온라인 강아지 영상 등 통해
대리만족 느끼는 문화 확산
유튜브 동물육아 프로 보고
시청자들이 협찬·선물 보내
고양이·새 등 키우는 게임서
돈 내고 '동물파티' 참석까지





# 한 살배기 아기햄스터 ‘구름이’은 최근 팬으로부터 커다란 택배상자를 선물 받았다. 상자 안에는 팬이 직접 나무를 갈아 만든 톱밥과 각종 간식이 담겨 있었다. 구름이의 일상을 찍은 동영상의 하루 평균 조회수는 10만건. 구름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 10만 팬을 거느린 ‘스타 유튜버’가 됐다.

# 직장인 김미연(27)씨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간식을 챙겨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인터넷에 새로 올라온 ‘강아지 육아’ 프로그램인 ‘리치의 육아일기’를 보기 위해서다. 김씨는 매일 강아지 동영상 20여개를 챙겨보며 직장생활의 피로를 푼다. “강아지를 키울 생각이 있냐”는 물음에 김씨는 “돈 들이고 배설물 치우는 시간에 이렇게 다양한 강아지들을 영상으로 보고 귀여워하는 게 좋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클럽. 음악소리와 화려한 불빛 아래 인기 DJ대신 인기 ‘슈나우저 강아지’가 자태를 뽐낸다. 강아지 애호가들 간 만남의 장으로 마련된 파티였지만 참석자 가운데 20여명은 강아지를 직접 키우지 않으면서도 2만원에 달하는 음료값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했다. 파티에 참석한 이경모(35)씨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 세상”이라며 “사료 먹이고 키울 생각을 하면 한숨이 나오니까 이렇게 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며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애완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도 온·오프라인에서 펫(pet)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뷰니멀(본다는 뜻의 뷰(view)와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의 합성어)족’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애완동물을 직접 키우는 대신 온라인 영상과 게임, 오프라인 공간에서 애완동물을 보는 데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실제 온라인 동영상 유통채널인 유튜브에 ‘육아일기’를 검색하면 1,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동물육아’ 전문 프로그램만 50여개가 나온다. ‘루파’와 ‘몽실이’ ‘구름이’ 등 유명 애완동물들의 영상도 3,000여개에 이르다. 2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고양이 ‘수리노을’의 경우 10분 남짓한 목욕 영상을 180만명이 시청해 유명 1인 방송인( BJ)에 버금가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부 스타 동물은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고양이 ‘순무’는 최근 팬으로부터 순무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와 간식, 화장실 제품 등을 선물 받았다. 또 다른 스타 동물 ‘리치’도 팬들과 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강아지 넥타이와 옷, 수제 간식을 받았다. 3월에는 한 업체가 유기동물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기 고양이 ‘히끄’와 ‘터보’ ‘두부’의 얼굴을 본떠 만든 캐릭터 용품들이 2개월 만에 완판돼 3,200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리치의 주인인 BJ 조섭씨가 방송에서 “리치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협찬과 선물을 자주 보내 리치가 이름만큼 배부르게 살고 있다”고 자랑할 정도다.

뷰니멀족을 겨냥해 시장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주요 소비층으로 하는 게임업체가 적극적이다. 현재 구글 온라인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강아지·햄스터·새 등 가상동물을 키우는 게임은 줄잡아 100여개에 이른다. 애완동물 게임업체 관계자는 “특정 테마를 갖춘 게임이 100여개이면 상당히 많은 숫자”라며 “요즘 귀엽게 만든 동물들의 수요가 부쩍 늘어 게임업체들도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게임업체는 동물들의 습성을 차용해 게임의 현실감을 높였다. ‘네코아츠메’라는 게임은 먹이와 놀이기구를 두고 고양이를 기다리며 구경하는 활동이 전부지만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고난도 액션게임에 버금가는 이용자를 양산하고 있다. 네코아츠메를 즐기는 권유정(25)씨는 “고양이가 언제 나타날까 기다리며 15분 이상 휴대폰만 들여다본 적도 있다”며 “처음에는 원할 때 오지 않는 게 답답했지만 돌이켜 보니 내 맘대로 못한다는 점이 나중에는 더 정감 가고 좋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동물들을 카페 안에 풀어놓는 ‘동물카페’가 눈에 띈다. 동물카페와 관련한 규정이나 제도가 없어 정확한 현황은 파악되지 않지만 등장 5년여 만에 급성장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너구리와 양, 슈거글라이더(주머니쥐의 일종) 카페도 생겼다. 대학생 윤민수(21)씨는 “물고기를 좋아해 수업이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 앞 ‘물고기 카페’를 찾는다”며 “시내 수족관은 입장료가 너무 비싼데 여기서는 공부하면서 좋아하는 열대어를 맘껏 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이같은 열풍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동물카페 관련 규정을 만들어 이들 산업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3월21일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기존에 생산업과 판매업·수입업·장묘업 등 네 가지로 구분되는 반려동물 관련 영업 분류에 애견카페와 애견미용·애견호텔·애견운송 등 4개 업종을 새로 추가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법이 내년 3월 시행됨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동안 애견카페 등 관련 시장이 2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뷰니멀족들은 애완동물에 열광하면서도 분양 대신 관찰을 택하는 이유로 돈과 시간을 꼽는다. 일단 동물을 들이게 되면 접종비와 간식비 등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다 배설물을 치우고 놀아줘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근 후 최소 1시간씩 햄스터 영상을 본다는 김지현(23)씨는 “햄스터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을 가는 등 다른 일에 쓰고 싶다”며 “현재로서는 영상을 보면서 귀여워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나영민(34)씨는 강아지 관련 SNS 계정을 수십 개씩 구독하면서도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너무 지치고 강아지 혼자 방치하는 것도 마음에 걸려 키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뷰니멀 현상이 개인주의의 보편화와 통신기술의 발달, 애완동물 시장 확대 등이 상호 작용하면서 생겨났다고 입을 모은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간관계는 소모적일 수 있고 갈등도 많은데 뷰니멀족은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만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양육비나 도덕적 부담을 지지 않고 관찰만 하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정병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뷰니멀 시장에 대해 “타인이 먹는 것을 보는 ‘먹방’과 집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집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듯 양육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발 빠르게 잡아 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형·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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