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9년 무명' 황치열, "선주문 10만장…내 얘기 아닌 것만 같았죠"

긴 세월을 돌고 돌아 한 장의 앨범을 손에 쥐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7년차 징크스’라는 말처럼 웬만한 아이돌 가수들이 데뷔와 해체를 경험했을 시간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셈이다.

/사진=하우엔터테인먼트
무명가수였던 황치열은 지난 2015년 3월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임재범의 ‘고해’를 부른 이후 운명이 180도 쯤은 바뀌었다. 이 화제성은 KBS ‘불후의 명곡’까지 출연하게 만들었고, 연이어 2016년 중국판 ‘나는 가수다 시즌4’에 출연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3일 황치열은 첫 번째 미니앨범 ‘비 오디너리(Be ordinary)’를 발표했다. 이 앨범에는 타이틀곡 ‘매일 듣는 노래’를 포함해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들이 담겨있다.

이번 앨범에는 10년 만에 앨범인 만큼 자작곡을 포함한 곡 선정부터 앨범 자켓에 들어가는 글씨체까지 어느 하나 황치열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는 그동안 거듭된 경연 프로그램 출연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기도 했다.

“경연때는 5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10을 내야 관중이 자극을 받을 수가 있었다보니, 이번 앨범에서는 경연 때의 거품을 빼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들었을 때 ‘내 얘기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많이 선택했죠. 제가 해왔던 스타일과는 다른 R&B적이고 현대적인 노래들도 있고요. 기존의 무겁고 진중한 보컬색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앨범을 향한 황치열의 이런 노력에 보답하듯, 이번 앨범은 선주문만 10만장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기대만큼이나 부담도 컸던 황치열은 이 소식을 기사로 접하자마자 자신의 얘기가 아닌 것만 같았다고.

“말이 안 되더라고요. 마치 남 얘기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사실 예전에는 무대만이라도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무대 오를 때 꾸었던 꿈들이 무너지고, 서른 넘으면서 ‘나는 못하는구나’, ‘나를 받아줄 회사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이 기록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사진=하우엔터테인먼트
좋은 앨범 성적과 함께 최근 황치열은 자신의 지금을 있게 해 준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다시 한 번 출연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참가자가 아닌 가수의 입장으로 출연했다는 데 있다.

“작가님과 피디님도 제가 등장하려고 했을 때 너무 큰 감동을 받으셨는지 다 울먹거리시더라고요. 저 역시 감동이 가득한 촬영장이었어요. 방송 1회 때 저와 같이 출연했던 친구들이 나와서 제 노래를 불러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

온 우주의 기운이 황치열을 돕는 듯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경연 프로그램 가수라는 이미지와 중국 쪽으로 더 집중되었던 활동으로 인해 황치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일부의 시선을 바꾸는 것이 황치열에게는 아직 숙제처럼 남았다.

“‘너목보’ 이후 ‘불후의 명곡’을 14회 출연했고, 중국에서도 14회에 출연했어요. 14회면 보통 5개월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동안은 기존의 곡을 편곡해서 보여드리는 것 외에는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적었어요. 이제 제 음악으로서 첫 걸음을 떼는 만큼 노심초사하고 있지는 않아요. 지금까지 힘든 과정 다 이겨내고 9년 만에 사랑받고 있잖아요. 9년 더 기다릴 수도 있는 거고 열심히 하면 또 좋은 일이 있겠죠”

시간이 지나고, 대화가 거듭될수록 그가 출연했던 MBC ‘나 혼자 산다’ 속 모습이 오버랩 될 만큼 황치열 특유의 입담과 긍정적인 성격이 주는 밝은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9년의 무명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의 긍정적인 성격에 있다고 판단할 즈음, 그는 부모님의 힘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부모님께서 가수하는 걸 반대하셨을 때 자수성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더 큰소리 치고 올라왔어요. 그래서 더 아들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싫었던 것도 있죠. 사실 아버지께서 위암수술을 하셔서 더 보여드리고 싶던 것도 있었어요. 그 뒤로는 해내겠다보다는 오기였던 것 같아요. 최근에 싱가폴 공연할 때 부모님이 동행했는데 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 큰 효도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제야 겨우 10년 전에 바라왔던 것을 하나씩 실현시키게 될 수 있게 된 황치열은 목표 역시 굉장히 많다. 그를 버틸 수 있게 한 10년이 ‘이거 아니면 할 게 없다’는 오기로 채워졌었다면, 남은 10년은 버킷리스트처럼 그가 달성하고 싶은 목표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분명 이번 앨범이 그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원 1위도 해보고 싶고, 앨범도 버전 다르게 해서 내보고 싶기도 하고요. 못했던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보여드리고, 그걸로 팬 분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소소한 재미를 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저의 행복이 될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까 계속해서 좋은 음악과 무대로 보답하고 싶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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