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한화그룹의 총 임직원 수는 4만4,436명으로 이 중 비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직원은 4,5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3년 한화그룹이 호텔서비스 직종, 백화점 판매원, 보험회사 콜센터 직원 등 비정규직 2,043명을 정규직으로 돌린 이후 10%대의 비정규직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룹 전체로 봤을 때 비정규직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유통·서비스 관련 계열사의 비정규직 비율은 꽤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인 한화호텔&리조트의 경우 전체 6,566명 가운데 계약직(기간제 근로자)이 3,278명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반면 한화그룹의 주력인 화학이나 방위산업 등 제조업은 대부분 비정규직 비율이 5% 미만이며 보험 등 금융계열사도 4년 전 정규직 전환 이후 비정규직 비율이 낮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나섬으로써 정부 스탠스와 호흡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기준이 모호하지만 서비스·유통 분야는 비정규직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며 “한화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이 중시하는 ‘믿음과 의리’ 경영 철학도 정규직 전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의 ‘우리 직원’에 대한 애정은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2015년 화학과 방산 등 4개 계열사를 삼성에서 인수한 후 김 회장은 이들 직원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다. 또 플라자호텔 리모델링 기간 중 호텔 전 직원에게 아예 3개월간 유급휴가를 준 것도 김 회장의 ‘내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잘 보여준다.
재계에서는 한화의 이번 결정이 별 잡음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측 역시 정규직 전환 대상인 기간제 근로자들이 2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상시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추가 비용이 크게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비용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전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재계약시 인원을 조정함으로써 부담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정규직으로 고용한 뒤에는 이러한 조절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단순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유통·서비스업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인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경우 기업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