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버핏' 리카싱 내년 은퇴...중화권 투자업계 신화 저문다

WSJ "내년 7월 90세 생일전에
청쿵그룹 회장직서 물러나기로"
15세때 외판원으로 사회생활 시작
37조원 재산 일궈 亞 최고부자로
경영권은 장남 빅터 리가 승계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홍콩=블룸버그통신


아시아 최고 부자이자 ‘아시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리카싱 홍콩 청쿵그룹 회장이 마침내 은퇴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리 회장이 내년 7월 90세 생일을 맞기 전에 청쿵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리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은퇴 일정을 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장남이자 청쿵그룹 부회장인 빅터 리를 포함한 측근들에게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 회장이 이르면 연내 은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리카싱은 은퇴 이후에도 본사 70층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선임고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청쿵그룹 대변인은 이날 “리 회장은 때때로 자신의 은퇴와 빅터 리가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한 신뢰를 말해왔다”며 “리 회장의 건강은 좋은 상태이며 은퇴하기로 하면 이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둥성의 가난한 이민자 출신인 리 회장은 중화권 투자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다. 15세에 플라스틱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79년 영국계 기업인 허치슨왐포아사를 사들여 재벌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현재 홍콩인들은 그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인 파큰숍에서 생활용품을 사고 의약품·화장품은 그의 회사인 왓슨에서, 전자제품은 포트리스에서 구매한다. 리카싱 소유인 홍콩전등홀딩스가 홍콩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고 PCCW와 홍콩텔레콤이 각각 인터넷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홍콩에서 1달러를 쓰면 5센트는 리카싱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리 회장의 거대한 사업체는 홍콩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시아 최고 부호의 가업은 장남인 빅터 리가 이을 것으로 관측된다. 1964년생인 빅터 리는 21세에 청쿵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29세에 부사장, 35세에 부회장 겸 사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입지를 굳혔다. 리카싱은 이미 지난 2012년 상속계획을 발표한 뒤 사업에서 자신의 역할을 줄여왔으며 2013년부터는 매번 참석하던 그룹 실적발표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리카싱의 일선 은퇴로 청쿵그룹이라는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을 빅터 리의 앞날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경쟁업체들이 그룹 핵심사업인 항만과 부동산 부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데다 그룹 영업이익의 3분의1을 의존하는 영국 사업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리카싱의 재산은 330억달러(약 37조5,200억원)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의 마윈 회장, 부동산 부호인 왕젠린 다롄완다그룹 회장과 함께 아시아 최대 부호 순위를 다투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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