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차선을 공유하게끔 설치된 자전거 우선 도로는 불법 주정차와 차량 운전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이종호기자
자전거와 자동차가 ‘자전거 우선 도로’라고 적혀 있는 차도를 동시에 지나가야 한다면 누가 먼저 양보해야 할까. 자전거가 양보해야 한다거나 자전거가 왜 찻길로 다니느냐고 따져 묻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전거 우선 도로’에서는 엄연히 자전거의 통행이 우선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서울경제 디지털 브랜드 ‘서울경제썸’은 지난 13일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카페 회원들이 주최한 ‘자전거 안전 퍼레이드’에 함께했다. 일행은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혀야만 했다. 공사 때문에 세워둔 안전 난간에 막히거나 불법 주정차한 자동차들에 통행을 방해받는 일이 잦았다.
원래 자전거 우선 도로는 통행량이 일 2,000대 미만인 도로 위 자전거의 원활한 통행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서울 시내 총 96개 노선, 113㎞ 길이로 설치돼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폭이 좁은 도로에서 한 개 차도를 자전거와 함께 쓰라고 한 것 자체가 불편한데다 자동차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 안전을 위협 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차량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지나다니기 때문에 사고가 잦다. 경찰에서는 과도한 끼어들기나 안전거리 미확보 등 차도 위 자전거 위협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인식이 부족한 탓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1인당 연간 880㎞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자전거 천국’ 네덜란드에서는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기본이고 차도나 보도와 완전히 분리돼 있다. 자전거를 차량과 동등한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간주하고 ‘자전거 어젠다 2020’을 만들어 개선에 힘쓰기도 한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매년 자전거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2만여건으로 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다. ‘더 이상 자전거를 목숨 걸고 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번 기사가 나간 뒤 포털사이트에서는 ‘가장 많이 읽은 뉴스’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이규섭 ‘자출사’ 부매니저는 “‘자전거도 자동차와 같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양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사보기 ‘목숨 걸고 탑니다’…안전 위협받는 ‘자출족’의 불편한 현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